주식이란 무엇인가
한빛반도체 주식 1주의 가격은 72,000원이다. 그 돈을 내고 받는 것은 종이 증서도, 화면 속 숫자도 아니다. 반도체 공장과 특허와 은행 예금과 빚까지 모두 묶인 회사 하나를 1억 조각으로 나눈 것 중의 한 조각이다. 이 장은 그 조각이 무엇을 약속하고 무엇을 약속하지 않는지, 그리고 조각의 값이 결국 어디서 나오는지를 손으로 만져 본다.
- 주식이 회사 소유권의 한 조각이라는 뜻을 지분율(내 주식 수 ÷ 발행주식 수)로 계산하고, 1주가 회사의 몇 분의 1인지 감을 잡는다.
- 주주의 세 가지 권리(의결권, 이익배당청구권, 잔여재산분배청구권)와 유한책임을 설명하고, 파산할 때 채권자보다 늦게 받는 대신 상한 없이 받는 구조를 그린다.
- 창업에서 엔젤·벤처캐피털 투자를 거쳐 상장까지 지분이 쪼개지는 과정을 따라가며, 희석이 언제 손해이고 언제 손해가 아닌지 구분한다.
- 주주가 돈을 버는 두 길(배당, 가격 상승)과 그 공통의 근원인 이익을 연결하고, 시가총액 = 주가 × 주식 수로 회사의 크기를 비교한다.
- 짧게 보면 주가는 이익과 따로 놀지만 길게 보면 이익을 따라간다는 것을 가상 시장 데이터로 확인한다.
회사의 한 조각
동네 빵집을 셋이 같이 차린다고 하자. 한 사람은 5,000만원, 두 사람은 2,500만원씩 내서 1억원으로 오븐과 가게를 마련했다. 1년 뒤 빵집이 3,000만원을 벌었다면 누가 얼마를 가져가야 할까? 메뉴를 바꿀지는 누가 정할까? 가게가 망해서 빚이 남으면 누가 갚을까? 이 세 질문에 미리 답해 두는 장치가 주식(Stock, Share)이다. 회사의 주인 자리를 같은 크기의 조각으로 잘라 놓고, 조각을 가진 만큼 이익을 나누고, 조각을 가진 만큼 결정에 표를 던지고, 조각을 산 돈까지만 책임지게 한 것이다.
조각을 가진 사람을 주주(Shareholder), 회사 전체 조각 중 내 몫의 비율을 지분율(Ownership stake)이라 한다. 회사가 찍어 낸 조각의 총수는 발행주식 수(Shares outstanding)다.
조각이 몇 개인지는 회사가 정하기 나름이다. 빵집을 4조각으로 나눠도, 100조각으로 나눠도 회사는 같다. 아래 원은 회사 하나다. 테두리의 손잡이 두 개를 끌어서 세 사람의 몫을 나눠 보자. 조각 수를 바꿔 같은 비율이 몇 주가 되는지도 보자.
회사를 조각으로 나누기
조각 수를 4주에서 1,000주로 바꿔도 파이의 모양은 변하지 않는다. 주식 수는 회사를 자른 칼질의 횟수일 뿐이고, 중요한 것은 전체 중 몇 분의 몇을 가졌느냐다. 이 사실은 9장의 액면분할(1주를 여러 주로 쪼개기)에서 다시 나온다. 쪼갠다고 회사가 커지지 않는다.
1주는 회사의 몇 분의 1인가
상장된 회사는 빵집과 달리 주식을 수천만~수억 주 발행한다. 그래서 개인이 사는 몇 주, 몇백 주는 회사의 아주 작은 조각이다. 얼마나 작은지 숫자로는 감이 오지 않으니 확대경으로 들여다보자. 아래 그림은 왼쪽의 회사 전체에서 출발해 한 번에 100분의 1씩 확대해 들어가, 내가 산 조각이 어디쯤 있는지 보여 준다. 회사와 투자 금액을 바꿔 보자.
확대경: 내 주식은 회사의 몇 분의 1인가
1,000만원으로 한빛반도체를 사면 약 138주, 회사의 72만분의 1이다. 작지만 그 조각에는 분명한 몫이 붙는다. 회사가 1년에 7,200억원을 벌면 그중 약 99만원어치가 내 몫이고, 회사 장부의 순자산 6조 중 약 828만원어치가 내 몫이다. 내 몫의 이익을 모두 받는 것은 아니다. 회사는 이익의 일부만 배당(Dividend)으로 나눠 주고 나머지는 회사 안에 남겨 다시 투자한다. 남긴 몫도 주주의 것이라는 점이 이 장 후반의 핵심이다.
주주가 갖는 권리
조각을 가지면 세 가지 권리가 따라온다. 첫째, 회사의 중요한 결정에 표를 던지는 의결권(Voting right). 보통주는 1주에 1표다. 둘째, 회사가 이익을 나눌 때 지분율만큼 받는 이익배당청구권(Right to dividends). 셋째, 회사가 문을 닫고 재산을 정리할 때 빚을 다 갚고 남은 것을 지분율만큼 받는 잔여재산분배청구권(Residual claim). 그리고 권리는 아니지만 가장 중요한 약속 하나, 회사가 아무리 큰 빚을 져도 주주는 주식을 산 돈 이상은 잃지 않는다는 유한책임(Limited liability)이 있다.
의결권부터 보자. 주주는 1년에 한 번 이상 주주총회(Shareholders' meeting)에 모여 이사를 뽑고 배당을 정하고 회사의 큰 변화를 승인한다. 한국 상법은 안건의 무게에 따라 통과 기준을 다르게 둔다. 이사 선임 같은 보통결의는 출석한 주식의 과반수가 찬성하고, 그 찬성이 발행주식의 4분의 1 이상이어야 한다. 합병이나 정관 변경 같은 특별결의는 출석한 주식의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고, 그 찬성이 발행주식의 3분의 1 이상이어야 한다. 회사가 사 둔 자기 주식(자사주)은 표가 없다.
아래 회사의 주주 명부를 보자. 최대주주 혼자서는 24%뿐이다. 큰 주주들의 찬반을 눌러 바꾸고, 소액주주가 얼마나 나오는지 바꿔 가며 안건을 통과시켜 보자. 목표는 특별결의(합병)를 가장 적은 우군으로 통과시키는 것이다.
주주총회: 안건을 통과시켜라
지분 24%로 회사를 움직일 수 있는 이유가 보인다. 소액주주 대부분은 주총에 오지 않으니 출석한 표 중에서는 24%가 훨씬 큰 비중이 된다. 반대로 소액주주 한 사람의 1표는 거의 아무것도 바꾸지 못한다. 한결 같은 개인 투자자에게 주식의 의미는 의결권보다 이익에 대한 몫에 있다. 그래서 이 책의 나머지는 대부분 그 몫이 얼마인지, 얼마에 사는 것이 적당한지를 다룬다.
유한책임: 잃을 수 있는 최대치
빵집으로 돌아가 보자. 빵집을 개인사업자로 차렸다면 가게가 진 빚은 주인 개인의 빚이다. 가게가 망해 거래처와 은행에 1억원을 갚지 못하면 주인의 전세 보증금과 예금까지 가져간다. 이것이 무한책임(Unlimited liability)이다. 빵집을 주식회사로 차리면 회사의 빚은 회사의 빚이다. 회사가 망하면 주주는 주식이 휴지가 될 뿐 그 이상은 갚지 않는다. 아래에서 사업 손실을 키워 보며 두 사람의 재산을 비교하자. 둘 다 사업에 5,000만원을 넣었고, 따로 2억원의 재산이 있다.
무한책임 vs 유한책임: 사업이 망하면
주주의 손익 그래프는 왼쪽이 막힌 하키 스틱 모양이다. 손실은 투자금에서 멈추고, 이익은 위로 막힘이 없다. 이 비대칭 덕분에 사람들은 큰 회사의 작은 조각을 마음 놓고 살 수 있고, 회사는 수많은 사람에게서 돈을 모을 수 있다. 다만 "투자금 전부"라는 최대 손실은 진짜다. 회사가 망하면 주식은 0원이 된다. 9장에서 보는 상장폐지가 그 끝이다.
창업에서 상장까지: 지분이 쪼개지는 길
상장된 회사의 1억 주는 처음부터 1억 주였던 것이 아니다. 대부분의 회사는 창업자 몇 명이 지분 100%를 들고 시작하고, 돈이 필요할 때마다 새 주식을 찍어 투자자에게 판다. 새 주식이 생기면 기존 주주의 비율은 줄어든다. 이것을 희석(Dilution)이라 한다.
전형적인 경로는 이렇다. 아이디어 단계에서 개인 투자자인 엔젤(Angel investor)이 소액을 넣고, 제품이 시장에서 통하기 시작하면 벤처캐피털(VC)이 시리즈 A, B, C… 라운드로 더 큰 돈을 넣는다. 회사가 충분히 크면 거래소에 주식을 올리는 기업공개(IPO, Initial Public Offering)를 하고, 이때 일반 투자자에게 새 주식을 판다(공모). 그다음부터 그 주식은 주식시장에서 누구나 사고팔 수 있다. 이 과정은 2장의 발행시장과 유통시장으로 이어진다.
그림의 경로를 직접 밟아 보자. "다음 라운드"를 누르면 투자가 하나씩 들어온다. 슬라이더는 회사가 계획대로 크는지를 정한다. 1배는 그림과 같고, 1보다 작으면 회사 가치가 기대만큼 크지 못한 채로 같은 금액의 투자를 받아야 한다.
투자 라운드 진행: 창업자의 지분은 어디로 가는가
희석 자체가 손해는 아니다. 핵심은 새 주식을 얼마에 파느냐다. 회사 가치가 100억원이고 주식이 100만 주면 1주의 값은 1만원이다. 투자자가 25억원을 내고 1주에 1만원씩 25만 주를 받으면, 기존 주주의 비율은 100%에서 80%로 줄지만 회사가 125억원이 되었으니 80%의 값은 여전히 100억원이다. 파이가 커진 만큼 내 조각의 비율이 줄었을 뿐 조각의 크기는 같다. 반대로 1주에 5,000원, 즉 반값에 팔면 기존 주주의 몫이 새 투자자에게 넘어간다. 아래 원의 넓이가 회사의 가치다. 테두리의 손잡이를 끌어 투자 금액을 바꿔 보자.
희석은 언제 손해인가: 파이를 키우는 투자
주주가 돈을 버는 두 길
주식으로 돈을 버는 길은 두 가지다. 회사가 이익의 일부를 나눠 주는 배당, 그리고 산 값보다 비싸게 파는 가격 상승(시세차익)이다. 둘은 따로 노는 것처럼 보이지만 같은 샘에서 나온다. 회사가 버는 순이익(Net income)이다.
회사가 한 해 이익을 내면 그 돈은 두 갈래로 간다. 일부는 배당으로 주주의 주머니에 들어간다. 나머지는 유보(Retained earnings)되어 회사 안에 남고, 공장을 짓거나 빚을 갚는 데 쓰인다. 유보된 돈도 주주의 것이다. 회사의 순자산을 키우고, 커진 순자산은 다음 해에 더 큰 이익을 낸다. 아래 애니메이션에서 해마다 이익 동전이 어디로 흘러가는지 보자. 이익을 순자산으로 나눈 비율이 ROE(Return on equity, 자기자본이익률), 이익 중 배당으로 나가는 비율이 배당성향(Payout ratio)이다.
이익의 두 갈래: 배당과 유보
배당을 많이 주면 주주는 지금 돈을 받고, 적게 주면 회사가 커져서 나중에 더 큰 이익과 더 큰 배당을 낸다. 회사가 유보한 이익으로 해마다 순자산을 늘리면 이익도 그 비율로 자란다. 이 성장률을 지속 가능 성장률(Sustainable growth rate)이라 한다.
그러면 배당과 유보 중 무엇이 주주에게 좋을까? 답은 "회사가 남긴 돈을 굴리는 솜씨"와 "주주가 배당받은 돈을 다른 데서 굴리는 솜씨"의 비교다. 아래에서 1주를 20년 들고 있을 때 배당을 전부 받는 경우와 전부 남기는 경우를 견줘 보자. 받은 배당은 다른 곳에서 오른쪽 슬라이더의 수익률로 굴린다고 하자.
남길까, 나눠 줄까: 유보 이익이 제값을 하는 조건
세 선이 겹치는 순간이 중요하다. 회사가 버는 수익률과 주주가 다른 데서 버는 수익률이 같으면 배당을 받든 회사에 남기든 결과가 같다. 배당은 회사 안의 돈을 주주 주머니로 옮길 뿐 새 가치를 만들지 않는다. 가치를 만드는 것은 이익 자체다. 그래서 주주의 장기 수익은 대략 이렇게 나뉜다.
예금·채권·주식: 누가 먼저 받는가
회사에 돈을 대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빌려주거나(채권자), 주인이 되거나(주주). 은행 예금도 사실은 빌려주는 쪽이다. 예금자는 은행에 돈을 빌려준 채권자이고, 은행은 그 돈을 다시 기업과 가계에 빌려준다. 빌려준 사람은 정해진 이자와 원금을 약속받고, 주주는 아무것도 약속받지 않는 대신 빚을 다 갚고 남는 모든 것을 갖는다.
숫자로 확인하자. 장부상 자산 1,000억원, 선순위 채권 300억원, 일반 채권 400억원, 주주 자본 300억원(1,000만 주)인 가상의 회사가 있다. 회사가 망해 자산을 팔면 장부 값을 다 받지 못한다. 왼쪽 막대의 손잡이를 위아래로 끌어 자산을 실제로 판 값을 바꾸고, 그 돈이 위 계단부터 어떻게 채워지는지 보자.
청산 폭포: 회사 가치가 줄면 누가 먼저 잃는가
회사 가치가 30% 줄면 주주는 100%를 잃고 30% 늘면 주주는 100%를 번다. 같은 회사에 돈을 대도 주주의 결과가 훨씬 크게 출렁이는 이유다. 빚이 많은 회사일수록 이 출렁임은 더 커진다. 이 구조가 해마다의 수익률에서는 어떤 모양으로 나타날까? MoneyBook 12장에서 쓴 교육용 가정(예금 연 2.5%, 채권 평균 3.5%·변동성 6%, 주식 평균 7.5%·변동성 16%)으로 1,000만원을 넣었을 때 결과의 분포를 뽑아 보자.
예금·채권·주식에 1,000만원: 결과의 분포
주식의 분포가 넓고 오른쪽으로 길게 늘어진 것은 앞의 청산 폭포를 해마다 겪는 모습이다. 손실의 맨 앞줄에 서는 대신 위로 열린 몫을 받는다. 이 웃돈을 위험 프리미엄이라 부르고, 왜 이 웃돈이 생기는지와 어떻게 줄일 수 있는지는 13장에서 다룬다.
시가총액: 회사의 크기를 재는 법
주가는 회사의 크기를 말해 주지 않는다. 1주가 120,000원인 회사와 13,500원인 회사 중 어느 쪽이 클지는 주식이 몇 주인지 알아야 답할 수 있다. 시장이 매긴 회사 전체의 값은 주가에 발행주식 수를 곱한 시가총액(Market cap)이다.
이 책에 계속 나올 다섯 가상 회사를 원으로 그려 보자. 원의 넓이가 값이다. "주가"와 "시가총액"을 바꿔 누르면 같은 회사들의 순위가 어떻게 바뀌는지 보인다. 원을 누르면 계산이 아래에 나온다.
다섯 회사: 주가의 크기와 회사의 크기
주가는 회사를 몇 조각으로 잘랐느냐에 따라 아무렇게나 커지고 작아진다. 회사끼리 비교할 때는 늘 시가총액을, 한 회사의 이익이나 배당과 비교할 때는 같은 기준(1주와 1주, 회사 전체와 회사 전체)을 맞춘다. 감을 익혔는지 게임으로 확인하자.
어느 회사가 더 큰가
길게 보면 주가는 이익을 따라간다
시가총액은 시장이 매긴 값이고, 그 값은 매일 바뀐다. 회사의 이익은 1년에 몇 번 발표될 뿐인데 주가는 초 단위로 움직인다. 그렇다면 주가는 이익과 무관하게 떠다니는 숫자일까? 앞에서 본 식을 다시 보자. 주가는 1주 이익(EPS)과 그 이익에 시장이 매기는 배수(PER)의 곱이다.
아래 시뮬레이터는 30년 동안 한 회사의 이익(점선)과 주가(실선)를 그린다. 이익은 슬라이더의 성장률로 자라면서 해마다 조금씩 흔들리고, PER은 평균 12배 주변을 출렁인다. 성장률과 출렁임을 바꿔 보자.
30년: 이익의 길과 주가의 길
주가와 이익의 끈은 느슨한 고무줄 같다. 1년 안에서는 PER의 출렁임이 이익 변화를 덮어 버린다. 10년, 20년이 지나면 PER은 제자리 근처로 돌아오고, 쌓인 이익 성장만 남는다. 한 회사가 아니라 여러 회사를 한꺼번에 보면 이 관계가 더 선명하다. 아래 점 하나가 회사 하나다. 가로는 그 기간의 이익 성장률, 세로는 주가 상승률이다. 기간을 늘려 보자.
160개 가상 회사: 기간이 길수록 이익과 주가가 붙는다
이 책은 실제 시장의 데이터 대신 교육용으로 만든 가상의 시장을 쓴다. 2016년부터 약 10년, 2,601거래일 동안 SB 종합지수와 다섯 회사의 가격이 상승장, 급락, 약세장, 횡보를 모두 겪도록 만들었다. 실제 가격이 아니지만 진짜 시장이 보여 주는 성질을 닮았다. 이 가상 시장에서 산 날을 끌어 옮기며, 들고 있는 기간에 따라 결과가 얼마나 달라지는지 보자. 아래쪽 띠는 모든 날에 샀을 때 같은 기간 뒤의 수익률이다.
가상 시장 10년: 언제 사서 얼마나 들고 있었나
종합: 한빛반도체 1주의 20년
지금까지의 조각을 한데 모으자. 오늘 한빛반도체 1주를 72,000원에 산다. 지금 1주 이익은 7,200원(PER 10배)이고 배당은 1,440원(배당성향 20%)이다. 이후 20년 동안 회사의 ROE와 배당성향, 그리고 20년 뒤 시장이 매기는 PER을 정하면 해마다 이익과 배당과 주가가 정해진다. "다음 해"를 눌러 한 해씩 지나가 보자. 금색이 쌓인 배당, 보라색이 그해 주가다.
한빛반도체 1주를 20년 들고 있으면
"주가 변화의 출처"는 주가가 몇 배가 되었는지를 이익이 몇 배가 된 것과 PER이 몇 배가 된 것으로 나눠 보여 준다. 20년이라는 긴 시간에서는 이익의 배수가 대개 PER의 배수보다 훨씬 크다. 회사의 이익을 키우는 힘은 해마다 복리로 쌓이지만, PER은 범위 안을 오갈 뿐이기 때문이다. 이 책의 여러 장은 결국 이 두 배수를 나눠 생각하는 연습이다. 이익을 읽는 법(5장), 값을 매기는 법(7장), 그리고 PER의 출렁임 속에서 버티는 법(13장, 24장)이다.
이 책의 구성
StockBook은 여섯 부로 되어 있다. 앞부분일수록 뒷부분의 바탕이 되지만, 궁금한 장부터 읽어도 된다. 각 장에는 조작할 수 있는 시뮬레이터가 열 개 넘게 들어 있고, 장 끝에는 한결의 투자 노트와 퀴즈가 있다.
그 뒤에는 가상 시장에서 직접 사고파는 25장 모의투자 실험실과 26장 용어집이 있다. 이 책에 나오는 회사(한빛반도체, 누리식품, 별빛바이오, 다온은행, 모아플랫폼)와 지수, 가격은 모두 가상이며 투자 권유가 아니다. 제도와 세율은 2026년 기준 대표값이다.
1억분의 1을 사기 전에
MoneyBook에서 첫 월급으로 예산을 짜고 비상금과 연금까지 정리했던 이한결(27세, 가상 인물)이 2026년 10월, 처음으로 주식 계좌를 열기로 했다. 비상금 600만원은 손대지 않는다. 대신 모아 둔 1,000만원을 첫 투자금으로, 앞으로 매달 저축 100만원 중 70만원을 주식에 넣기로 했다. 견딜 수 있는 평가손실은 −30%까지라고 미리 적어 두었다.
회사에서 동료들이 가장 많이 이야기하는 종목은 한빛반도체다. 이 장을 읽고 한결이 처음 적은 것은 가격이 아니라 몫이다. 한빛반도체 1주 72,000원은 회사의 1억분의 1이다. 그 1주에는 한 해 이익 7,200원과 장부상 순자산 60,000원의 몫이 붙어 있고, 그중 배당으로 손에 들어오는 것은 1,440원뿐이며, 나머지 5,760원은 회사 안에 남아 1주의 순자산을 키운다. 1,000만원을 다 넣는다 해도 약 138주, 회사의 약 72만분의 1이다. 회사가 망하면 잃는 것은 넣은 돈까지지만, 그 돈은 전부 잃을 수 있다.
그래서 질문이 바뀌었다. "무엇이 오를까"가 아니라 "1,000만원과 매달 70만원으로 어떤 회사들의 어떤 조각을, 얼마에, 어떤 순서로 사야 하는가"다. 이 책은 장마다 이 질문에 한 조각씩 답하며 한결의 첫 투자를 따라간다.
핵심 정리
- 주식은 회사 소유권의 한 조각이다. 지분율 = 내 주식 수 ÷ 발행주식 수. 한빛반도체 1주는 회사의 1억분의 1이고, 주식 수가 아니라 비율이 주인 자리다.
- 주주는 의결권, 이익배당청구권, 잔여재산분배청구권을 갖고, 유한책임 덕분에 투자금 이상은 잃지 않는다. 다만 투자금 전부는 잃을 수 있다.
- 청산 때 받는 순서는 채권자(예금자 포함)가 먼저, 주주가 마지막이다. 주주는 손실의 맨 앞줄에 서는 대신 남는 것을 상한 없이 갖는다. 그래서 주식의 결과는 예금·채권보다 훨씬 넓게 퍼진다.
- 창업에서 상장까지 새 주식을 찍을 때마다 기존 주주의 비율은 희석된다. 희석은 새 주식을 제값보다 싸게 팔 때 손해이고, 회사 가치가 커지면 비율이 줄어도 몫의 값은 커질 수 있다.
- 주주가 버는 두 길은 배당과 가격 상승이고, 둘의 공통 근원은 이익이다. 유보 이익은 회사가 그 돈을 잘 굴릴 때(ROE가 높을 때) 제값을 한다. 지속 가능 성장률 g = ROE × (1 − 배당성향).
- 시가총액 = 주가 × 발행주식 수. 주가가 비싸다고 큰 회사가 아니다. 회사끼리는 시가총액으로 비교한다.
- 주가 = EPS × PER. 짧게는 PER의 출렁임이 이익을 덮지만, 길게 보면 주가는 이익을 따라간다. 이 장의 데이터는 모두 가상이며 과거 수익률은 미래를 보장하지 않는다.
확인 퀴즈
1. 발행주식 수가 1억 주인 한빛반도체 주식 100주를 샀다. 내 지분율은?
2. 빚이 700억원인 회사가 파산해 자산을 팔았더니 500억원이 나왔다. 주주는 어떻게 되는가?
3. 누리식품은 주가 38,000원, 발행주식 2,000만 주다. 다온은행은 주가 13,500원, 발행주식 4억 주다. 옳은 것은?
4. 투자 직전 가치가 100억원(100만 주)인 회사가 1주에 1만원씩 새 주식 25만 주를 팔아 25억원을 받았다. 기존 주주에게 일어난 일은?
5. 이 장의 시뮬레이터에서 본 주가와 이익의 관계로 가장 알맞은 것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