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경기·주식
목요일 오전 10시, 증권 앱에 속보가 뜬다. "기준금리 0.25%p 인상, 추가 인상 가능성 시사." 몇 분 뒤 관심 종목 창이 파랗게 물든다. 그런데 물든 정도가 제각각이다. 모아플랫폼은 −12%, 누리식품은 −1%, 다온은행은 오히려 빨갛다. 회사의 실적은 그날 아침과 달라진 것이 하나도 없다. 무엇이 이 차이를 만들까? 이 장은 금리와 경기, 물가와 환율 같은 큰 숫자(매크로)가 주가에 닿는 길을 하나씩 손으로 당겨 본다. 그리고 마지막에, 그 길을 다 알아도 매크로를 맞혀서 돈을 벌기는 왜 그렇게 어려운지 확인한다.
- 금리가 주가에 닿는 세 경로(할인율, 기업의 이자 비용, 다른 자산과의 경쟁)를 구분해 설명한다.
- 현금흐름의 무게중심(주식의 듀레이션)으로 성장주가 금리에 더 민감한 이유를 계산한다.
- 주식 위험 프리미엄(이익수익률 − 실질금리)을 계산하고 금리가 PER을 누르는 크기를 어림한다.
- 경기 순환의 네 국면과 업종 순환, 주가가 경기보다 먼저 움직이는 이유를 말한다.
- 실적 발표에서 주가를 움직이는 것은 숫자가 아니라 기대와의 차이임을 설명한다.
- 인플레이션과 환율이 업종별로 다르게 작용하는 모습을 보고, 매크로 예측으로 매매하기 어려운 이유를 말한다.
금리가 주가에 닿는 세 길
금리가 오르면 주가가 내린다는 말은 자주 듣는다. MoneyBook 5장에서 기준금리가 예금·대출 금리, 소비, 환율로 번지는 도미노를 보았다. 이 장은 그 도미노가 주식 한 주의 값에 닿는 마지막 몇 칸을 확대해서 본다. 길은 셋이다.
- 할인율. 7장에서 주식의 가치는 앞으로 벌 현금을 오늘의 돈으로 바꿔 더한 값이었다. 바꾸는 비율(할인율)은 무위험 금리에 위험의 대가를 더한 것이다. 금리가 오르면 할인율이 오르고, 같은 미래 현금의 오늘 가치가 준다.
- 이자 비용. 빌린 돈이 많은 회사는 금리가 오르면 이자로 나가는 돈이 늘어 순이익 자체가 준다. 할인율이 가치를 깎는 것과 달리 이쪽은 이익을 깎는다.
- 다른 자산과의 경쟁. 예금이 연 2%일 때와 5%일 때, 주식에 요구하는 수익률은 같을 수 없다. 안전한 이자가 오르면 사람들은 주식에 더 높은 수익률을 요구하고, 같은 이익에 더 낮은 값(낮은 PER)을 매긴다.
셋 가운데 가장 크고, 회사마다 크기가 가장 다른 것은 첫째 길이다. 그래서 먼저 할인율을 손으로 움직여 본다.
할인율: 먼 돈일수록 많이 깎인다
두 회사를 비교한다. 누리식품은 지금 벌고 있는 돈을 앞으로도 비슷하게 번다. 모아플랫폼은 지금 버는 돈은 작지만 앞으로 15년 동안 빠르게 커질 것으로 기대된다. 아래 막대는 해마다 들어올 현금의 현재가치다. 할인율 8%에서 두 회사의 현재가치 합계를 똑같이 100으로 맞춰 두었다. 오늘 시장에서 같은 값을 받는 두 회사라는 뜻이다. 흐린 막대가 8%일 때, 진한 막대가 지금 할인율일 때이고, 점선은 1년 뒤, 10년 뒤의 1원이 오늘 얼마인지(할인 계수)를 보여 준다.
같은 값의 두 회사, 다른 현금흐름: 할인율을 올리면
할인율 8%에서 누리식품 가치의 약 54%는 앞으로 10년 안에 들어오는 현금이다. 모아플랫폼은 약 20%뿐이고 나머지 80%가 10년 뒤의 현금이다. 할인 계수 \(1/(1+r)^t\)는 \(t\)가 클수록 \(r\)에 민감하다. 1년 뒤의 돈은 할인율이 2%p 올라도 약 2% 깎이지만, 30년 뒤의 돈은 약 42% 깎인다. 그래서 가치의 대부분이 먼 미래에 있는 회사일수록 금리에 크게 흔들린다.
주식의 듀레이션: 현금흐름의 무게중심
채권에는 금리 민감도를 한 숫자로 요약하는 듀레이션(Duration)이 있다. 현금이 들어오는 시점들을 현재가치로 가중 평균한 것, 다시 말해 현금흐름의 무게중심이 몇 년 뒤에 있는지다(MoneyBook 14장). 같은 생각을 주식에도 쓸 수 있다. 무게중심이 멀수록, 금리 1%p가 가치를 더 많이 움직인다.
마지막 식이 중요하다. \(P=CF_1/(r-g)\)(7장의 고든 모형)이므로 \(1/(r-g)\)는 주가 ÷ 내년 현금흐름, 즉 현금흐름 기준의 PER과 같다. 주가가 이익에 비해 비싼 회사(높은 PER)는 그만큼 먼 미래의 성장에 값을 치르고 있는 것이고, 그래서 듀레이션이 길다. 아래에서 고성장 기간의 성장률과 길이를 움직여 무게중심(받침점)이 어디로 가는지 본다.
주식의 듀레이션: 성장이 길수록 받침점이 멀어진다
두 회사의 실제 지표로 돌아가면, 누리식품의 주가는 주당 현금흐름의 약 10배, 모아플랫폼은 약 60배다(6장의 PER 9.5와 50과 같은 그림이다). 할인율이 1%p 오르면 누리는 약 9%, 모아는 약 23% 내린다(작은 변화에서의 기울기는 각각 약 10과 30이다). 이 비율이 이 장의 첫 번째 열쇠다.
금리 발표의 날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1년에 8번 기준금리를 정한다(2026년 기준).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공개시장위원회(FOMC)도 1년에 8번 모인다. 그런데 발표가 시장에 주는 충격은 금리를 얼마나 바꿨는지보다 예상과 얼마나 달랐는지로 정해진다. 0.25%p 인상이 이미 모두의 예상이었다면, 그 금리는 며칠 전부터 채권 금리와 주가에 들어가 있다. 시장을 흔드는 것은 예상 밖의 결정과, 앞으로 금리를 어디로 끌고 갈지에 대한 신호(포워드 가이던스)다. 주가를 할인하는 금리는 오늘의 기준금리가 아니라 앞으로 수년의 금리를 반영한 장기 금리이기 때문이다.
아래는 세 가지 뉴스에 다섯 회사가 반응하는 모형이다. 막대 하나는 세 경로와 하나의 덤(자금 이동)으로 쪼개진다. 할인율 효과는 앞 시뮬레이터의 듀레이션 모형으로, 이자 비용은 순부채로, 은행의 이익 증가는 순이자마진(바로 뒤에서 다룬다)으로 계산했다.
속보: 기준금리 결정, 다섯 회사의 반응
모아플랫폼의 −12% 가운데 −11.8%가 할인율 하나에서 나온다. 누리식품도 할인율만 보면 −4.2%지만, 같은 날 성장주에서 빠진 돈 일부가 실적이 안정적인 방어주로 옮겨 오면서 대부분을 메웠다. 금리 인상이 경기를 식힐 것이라는 걱정이 생기면 투자자는 경기와 덜 얽힌 회사를 찾는다. 다온은행은 할인율로 −2.9%를 잃지만 대출 이자가 예금 이자보다 빨리 오르는 덕에 이익이 늘어 +1.2%로 끝난다.
발표일에는 변동성 자체가 커진다. 아래는 가상의 1년(250거래일)이다. 금리 발표가 있는 8일만 하루 변동성을 보통 날의 약 2.4배로 두고, 발표 전날은 관망세로 조금 조용하게 두었다.
금리 발표일의 변동성: 1년을 하루씩 흘려 보기
이 장에서 금리 발표일을 따로 보는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큰 등락이 '회사에 무슨 일이 생겨서'가 아니라 할인율이 흔들려서 생길 수 있다는 것을 알면, 하루의 숫자에 덜 놀란다(4장). 둘째, 레버리지를 쓴 계좌라면 이런 날이 반대매매의 날이 될 수 있다(19장).
이자 비용, 그리고 금리가 반가운 회사
둘째 길은 이익을 직접 깎는다. 영업으로 번 돈(영업이익)에서 이자를 내고 세금을 낸 나머지가 순이익이다(5장). 영업이익이 100억원인 회사가 있다. 빌린 돈이 영업이익의 몇 배인지(부채 배수)를 움직이고, 금리를 올려 본다. 처음 빌린 금리는 연 4%다.
빚이 많은 회사의 금리 인상: 순이익은 얼마나 줄까
이자보상배율(Interest coverage ratio)은 영업이익 ÷ 이자 비용이다. 1배 미만이면 영업으로 번 돈으로 이자도 다 못 낸다는 뜻이다. 이런 상태가 3년 넘게 이어지는 기업을 흔히 '한계기업'이라고 부른다. 금리가 낮을 때 빚으로 버티던 회사들은 금리가 오르면 가장 먼저 무너진다. 금리 인상기에 부채가 많은 회사의 주가가 약한 이유다.
반대로 금리가 오를 때 이익이 느는 회사도 있다. 은행이다. 은행은 예금으로 돈을 모아 대출로 빌려주고 그 이자 차이로 번다. 운용 자산 대비 이 차이를 순이자마진(NIM, Net interest margin)이라 한다. 대출 가운데 변동금리 비중이 크면 금리가 오를 때 대출 이자는 빨리 오르고, 예금 이자는 천천히 오른다. 하지만 금리가 너무 높아지면 빚을 갚지 못하는 사람이 늘어 떼일 것에 대비한 비용(대손비용)이 커진다. 다온은행의 이익을 기준금리 축 위에서 끌어 본다.
다온은행의 금리 곡선: 순이자마진과 대손비용의 줄다리기
다른 자산과의 경쟁: 주식 위험 프리미엄
셋째 길은 시장 전체의 값에 닿는다. 주식 시장 전체의 PER이 12배라면, 1만원어치 주식이 1년에 약 833원의 이익을 낸다는 뜻이다. 이 비율 \(E/P\)를 이익수익률(Earnings yield)이라 한다. PER을 뒤집은 것이다. 같은 1만원을 국채에 넣으면 연 3.5%를 받는다. 주식이 국채보다 위험한 만큼, 주식의 이익수익률이 국채보다 얼마나 높은지가 주식을 들고 있는 대가다.
비교할 때 하나 조심할 것이 있다. 국채 이자는 물가가 올라도 고정된 명목 금액이지만, 기업의 이익은 물가를 따라 커질 수 있다. 그래서 이익수익률은 물가를 뺀 실질금리와 비교하는 편이 공정하다. 그 차이를 이 장에서는 주식 위험 프리미엄(ERP, Equity risk premium)의 어림값으로 쓴다.
이익수익률과 실질금리의 저울
이 저울은 "지금 주식이 싸다, 비싸다"를 판정하는 기계가 아니다. ERP가 낮게 오래 머문 시기도, 높은 ERP가 더 높아진 시기도 있다. 쓸모는 따로 있다. 금리가 1%p 움직이면 시장의 PER이 대략 얼마나 눌리는지, 그리고 비싼 시장일수록 그 충격이 커진다는 것을 숫자로 어림하게 해 준다.
인플레이션과 주식: 단기에는 악재, 장기에는 실물
물가가 오르면 주식에는 두 힘이 반대로 작용한다. 하나는 할인율이다. 물가가 오르면 중앙은행이 금리를 올리고, 물가가 얼마나 더 오를지 모른다는 불확실성까지 더해져 할인율이 오른다. 다른 하나는 이익이다. 회사가 파는 물건 값도 오르므로 명목 이익이 커진다. 문제는 얼마나 따라 오르느냐, 즉 원가 상승을 판매 가격에 넘길 수 있는 가격 전가력(Pricing power)이다.
물가 상승률 슬라이더: 이익 성장과 할인율의 줄다리기
그래서 물가가 뛰는 해에 주식은 대체로 약하다. 미국의 1970년대처럼 물가가 높게 오래 머문 시기에 주식의 실질 수익률은 오랫동안 부진했다. 그런데 기간을 길게 늘리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이미 떨어진 값에서 출발한 주식은 높아진 할인율만큼 높은 기대수익률을 갖는다. 그리고 그 수익은 물가를 따라 커지는 이익에서 나온다. 현금은 그런 장치가 없다.
물가 충격 뒤 10년: 현금, 예금, 주식의 실질 가치
정리하면 인플레이션은 주식에 단기 악재, 장기 방어다. 물가가 오르는 순간의 주가는 아프지만, 회사의 공장과 브랜드, 판매 가격은 물가와 함께 커지는 실물이다. MoneyBook 3장에서 본 "현금은 물가에 녹는다"를 주식이 피할 수 있는 이유다. 다만 전가력이 약한 회사(원가가 오르는데 값을 못 올리는 회사)는 장기에도 피하지 못한다.
경기 순환과 업종 순환
경기는 확장과 수축을 되풀이한다(MoneyBook 5장). 주식 관점에서 중요한 것은 국면마다 이익이 가장 크게 바뀌는 업종이 다르다는 점이다. 반도체·철강·화학처럼 경기에 따라 이익이 크게 출렁이는 경기 민감주(Cyclical), 음식료·통신·전력처럼 경기와 상관없이 비슷하게 팔리는 방어주(Defensive), 금리에 민감한 성장주와 은행이 국면마다 번갈아 앞선다. 이를 업종 순환(Sector rotation)이라 한다.
아래 시계의 바늘을 끌어 국면을 옮겨 본다. 오른쪽 막대는 교과서적인 경향에서 각 회사가 상대적으로 강한지(오른쪽) 약한지(왼쪽)다.
경기 시계: 바늘을 돌리면 강한 업종이 바뀐다
여기에 한 가지 비틀림이 있다. 주가는 경기를 따라가지 않고 앞서간다. 주가는 오늘의 이익이 아니라 앞으로의 이익을 할인한 값이므로, 투자자들이 6개월~1년 뒤의 경기를 미리 값에 넣는다. 그래서 통계청이 매달 내는 경기종합지수 가운데 앞날을 미리 보여 주는 선행지수(Leading index)의 구성 지표에 주가지수(KOSPI)가 들어 있다. 주가 자체가 경기 예측의 재료다.
시차가 얼마나 비싼지 직접 본다. 위는 주가, 아래는 경기(동행지수의 순환 부분)다. 선행 개월 수를 바꾸고, 세로 커서를 끌어 각 시점의 두 그래프를 비교한다.
주가는 경기보다 먼저 꺾인다: 위상차 애니메이션
이제 이 책의 가상 시장(SB 종합지수와 다섯 회사, 교육용으로 만든 가짜 가격이다)에서 국면별 성과를 실제로 재 본다. 지수 그래프에서 구간을 눌러 고른다.
가상 시장 10년: 국면마다 누가 강했나
국면은 방향을 기울일 뿐, 개별 종목의 운명을 정하지 않는다. 그리고 실제로는 국면의 경계를 지나고 나서야 알 수 있다. 업종 순환은 "지금 무엇을 사라"가 아니라 "내가 가진 것이 어떤 환경에 약한지"를 아는 지도로 쓰는 편이 안전하다.
실적 시즌: 숫자보다 기대
상장 회사는 분기마다 실적을 낸다. 분기 보고서는 분기가 끝나고 45일 안에 내야 하고(2026년 기준), 그보다 먼저 잠정 실적을 공시하는 회사가 많다. 이 발표가 몰리는 몇 주를 실적 시즌이라고 부른다. 발표 전에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이익을 예상하고, 그 평균을 컨센서스(Consensus)라 한다. 발표가 컨센서스보다 좋으면 어닝 서프라이즈(Earnings surprise), 나쁘면 어닝 쇼크(Earnings shock)라 한다.
그런데 주가는 컨센서스만 보지 않는다. 시장에는 공식 숫자보다 높은 '진짜 기대'(위스퍼 넘버)가 있을 수 있고, 지난 분기보다 앞으로의 전망(가이던스)이 더 중요하며, 발표 전 몇 달 동안 이미 오른 주가는 좋은 숫자를 미리 먹었을 수 있다.
여섯 번의 가상 실적 발표를 보고 주가가 오를지 내릴지 맞혀 본다. 숫자 하나만이 아니라 가이던스와 발표 전 주가 흐름까지 본다.
실적 발표 맞히기: 오를까, 내릴까
여섯 번 가운데 컨센서스보다 좋은 숫자가 넷인데 그중 셋이 내렸다. 극단적으로 골랐지만 드문 일이 아니다. 많은 발표를 모아 보면 어떨까. 가상의 80건을 뿌린다. 가로축은 컨센서스 대비 서프라이즈, 세로축은 다음 날 주가 반응이다.
서프라이즈와 주가 반응: 80번의 발표
환율과 수출주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원화 약세) 달러로 파는 수출 회사는 같은 1달러 매출이 더 많은 원화가 된다. 반대로 원재료를 수입하는 회사는 비용이 는다. 같은 환율 뉴스에 업종마다 반대로 반응하는 이유다. 아래 그래프에서 세로선을 끌어 환율을 바꾼다. 출발점은 1,400원이다.
환율 1원의 무게: 회사별 영업이익 변화
주가는 이 막대만큼 움직이지 않는다. 투자자는 환율이 다시 돌아올 수 있다는 것, 회사가 선물환으로 일부를 헤지한다는 것, 원가 상승을 몇 달 뒤 판매 가격에 넘긴다는 것을 함께 본다. 환율은 해외 주식을 사는 투자자에게도 직접 닿는다. 미국 주식의 원화 수익률은 주가 수익률과 환율 변화가 곱해진 것이다. 이 이야기는 22장에서 이어진다.
매크로를 맞혀도 돈을 벌기 어려운 이유
여기까지 오면 계획이 하나 떠오른다. "경기 침체를 예측해서 그 전에 팔고, 회복을 예측해서 다시 사면 되지 않을까?" 이 계획에는 두 개의 함정이 있다. 첫째, 주가는 경기를 앞서므로 올해의 경기를 맞혀서는 늦다. 주가가 보는 것은 내년의 경기다. 둘째, 다른 투자자들도 예측을 하고, 그 평균은 이미 값에 들어 있다. 돈이 되는 것은 경기를 맞히는 것이 아니라 시장의 예상보다 더 잘 맞히는 것이다.
가상의 30년을 400번 돌린다. 해마다 경기는 호황이거나 침체(약 15%의 해)이고, 주가는 다음 해의 경기를 미리 반영한다. 예측이 '침체'라고 말하면 주식을 팔고 연 3% 현금으로 있다가, '호황'이면 다시 산다(갈아탈 때마다 비용 0.3%).
매크로 맞히기의 함정: 정확도 몇 %면 이기나
이 결과는 정직한 결론으로 이어진다. 매크로를 아는 것은 쓸모가 있다. 금리가 오를 때 내 계좌의 어느 부분이 아플지, 왜 아픈지 알면 놀라서 팔지 않는다. 하지만 매크로를 맞혀서 사고파는 것은 전문가에게도 어렵다. 경기를 맞혀도 주가는 이미 반영했고, 금리를 맞혀도 시장은 이미 그 금리를 값에 넣었다.
종합: 매크로 대시보드
지금까지의 길을 한 판에 모은다. 장기 금리, 환율, 경기 국면을 동시에 바꾸면 다섯 회사가 어떻게 갈리는지 본다. 막대는 금리(할인율과 은행 마진), 환율(영업이익 변화의 40%만 주가에 반영), 경기 국면(시계의 경향 한 칸당 3%)의 합이다.
매크로 대시보드: 금리·환율·국면을 한 번에
이 대시보드에서 얻을 것은 예측이 아니라 노출의 지도다. 내 계좌가 금리 상승에, 원화 강세에, 경기 둔화에 각각 얼마나 기울어 있는지. 한 방향에 모두 기운 계좌는 그 한 방향의 뉴스에 무너진다. 지수처럼 여러 업종이 섞인 계좌는 막대들이 서로를 상쇄한다.
기준금리 인상 속보: 모아플랫폼 −12%, 누리식품 −1%
관심 종목에 넣어 둔 두 회사가 같은 뉴스에 전혀 다르게 움직였다. 한결은 처음에 모아플랫폼에 나쁜 일이 생긴 줄 알았다. 공시를 찾아봤지만 아무것도 없었다. 이 장의 모형으로 그날을 다시 쪼개 보았다. 기준금리 인상은 0.25%p였지만 추가 인상 신호에 장기 금리(할인율)가 약 0.45%p 올랐다.
차이의 대부분은 할인율 하나에서 나왔다. 모아플랫폼의 주가는 주당 현금흐름의 약 60배이고 가치의 대부분이 10년 뒤의 현금이다. 누리식품은 약 10배이고 가까운 현금이 많다. 같은 0.45%p가 한쪽은 세 배 가까이 무겁게 누른 것이다. 회사의 실적은 그날 아침과 달라진 것이 없었다.
핵심 정리
- 금리는 세 길로 주가에 닿는다. 할인율(가치를 깎음), 이자 비용(이익을 깎음), 다른 자산과의 경쟁(시장의 PER을 누름). 은행처럼 금리가 오를 때 이익이 느는 회사도 있다.
- 먼 미래의 현금일수록 할인율 변화에 크게 흔들린다. 현금흐름의 무게중심(주식의 듀레이션)이 멀수록 금리에 민감하고, 영구 성장 모형에서 금리 1%p당 가치 변화는 약 \(1/(r-g)\) = 주가 ÷ 현금흐름이다. 그래서 PER이 높은 성장주가 금리에 더 약하다.
- 시장을 흔드는 것은 금리 결정 자체가 아니라 예상과의 차이와 앞으로의 신호다. 예상된 인상은 이미 값에 들어 있다.
- 주식 위험 프리미엄은 이익수익률(1/PER) − 실질금리로 어림한다. 실질금리가 오르면 같은 ERP를 위해 PER이 내려가야 하고, PER이 높은 시장일수록 충격이 크다.
- 인플레이션은 할인율을 올려 단기에는 주가를 누르지만, 이익도 물가를 따라 커지므로 장기에는 현금보다 나은 실물 자산이다. 가격 전가력이 차이를 만든다.
- 경기 국면마다 강한 업종이 바뀌지만(경기 민감 → 금융·성장 → 방어), 주가는 경기를 약 반년 앞서고, 개별 회사의 고유 위험이 국면보다 클 때가 많다.
- 실적 발표에서 주가는 컨센서스가 아니라 시장의 실제 기대, 가이던스, 발표 전 주가 흐름과의 차이에 반응한다. 좋은 실적에 내리는 일은 흔하다.
- 환율은 수출주와 수입 원가가 큰 회사에 반대로 작용한다. 매크로를 아는 것은 노출을 이해하는 데 쓸모 있지만, 맞혀서 매매하기는 어렵다. 주가는 이미 시장의 예상을 반영하고 있다.
확인 퀴즈
1. 장기 금리가 0.5%p 올랐다. 오늘 시장 가치가 같은 두 회사 A(PER 50배, 이익 대부분이 10년 뒤)와 B(PER 9배, 지금 버는 이익을 배당) 가운데 이론상 더 크게 내릴 회사와 그 이유는?
2. 시장 PER 20배, 국채 10년 금리 4%, 기대 인플레이션 2%다. 이 장의 방법으로 어림한 주식 위험 프리미엄(ERP)은?
3. "경기 저점을 확인하고 나서 주식을 사면 안전하다." 이 계획의 가장 큰 문제는?
4. 한 회사가 컨센서스보다 10% 높은 영업이익을 발표했는데 다음 날 주가가 5% 내렸다. 이유로 가장 거리가 먼 것은?
5. 기준금리 인상 뉴스에 다온은행 주가가 올랐다. 이 장의 모형으로 가장 알맞은 설명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