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의 심리
앞의 스물세 장은 계산을 다뤘다. 호가, 재무제표, 가치평가, 분산, 세금은 모두 공식으로 풀린다. 그런데 공식을 다 아는 사람도 오른 종목은 서둘러 팔고, 떨어진 종목은 본전이 올 때까지 쥐고, 모두가 떠들 때 사고 모두가 겁낼 때 판다. 계좌를 깎아 먹는 것은 대개 계산 실수가 아니라 계좌를 들여다보는 사람의 마음이다. 이 장은 그 마음의 습관을 직접 겪어 보고 숫자로 재 본 다음, 습관을 이기는 대신 우회하는 장치(규칙, 자동화, 투자 정책서)를 만든다.
- 손실 회피를 가치 함수로 그리고, 같은 선택이 이익 프레임과 손실 프레임에서 뒤집히는 것을 내 선택으로 확인한다.
- 처분 효과와 앵커링을 게임으로 재 보고, 매수가가 미래 수익과 아무 관계가 없다는 것을 계산한다.
- 과신이 부르는 과잉 매매, 생존자의 수익 인증, 확증 편향, 최근성 편향이 판단을 비트는 방식을 시뮬레이션한다.
- 군집이 버블을 만들고 무너뜨리는 과정, 자주 볼수록 아픈 계좌, 투자자 수익률이 펀드 수익률보다 낮아지는 이유를 본다.
- 약세장 −25%에서 팔고 싶은 마음을 직접 겪어 보고, 한 장짜리 투자 정책서(IPS)를 써 본다.
같은 10%가 다르게 아프다
한빛반도체를 72,000원에 100주 샀다. 다음 날 +3%면 21만 6천원을 번 것이고, −3%면 같은 금액을 잃은 것이다. 계산기에게 두 날은 부호만 다르다. 사람에게는 다르다. 오른 날의 기분은 점심 무렵이면 사라지고, 내린 날의 기분은 밤까지 남아 종목 토론방을 뒤지게 만든다. MoneyBook 17장에서 이 비대칭을 손실 회피(Loss aversion)라는 이름으로 처음 만났다. 이 장에서는 그 성질이 주식 계좌 안에서 어떤 매매로 바뀌는지 따라간다.
카너먼과 트버스키의 전망 이론(Prospect theory)은 사람이 결과를 "얼마를 가졌나"가 아니라 "기준점에서 얼마나 늘고 줄었나"로 느낀다고 본다. 주식에서 그 기준점은 거의 언제나 내가 산 가격이다. 느낌을 그린 가치 함수(Value function)는 다음과 같다.
아래 그래프에는 손잡이가 둘 있다. 가로축 위의 손잡이를 끌면 평가손익의 크기가 바뀐다. 왼쪽 아래 곡선 끝의 금색 손잡이를 위아래로 끌면 손실 쪽이 얼마나 가파른지, 곧 \(\lambda\)가 바뀐다. 오른쪽 숫자 중 마지막 칸을 눈여겨본다. +x%인 날과 −x%인 날을 하루씩 겪은 뒤의 기분이다.
가치 함수: 평가이익과 평가손실의 무게
곡선의 모양에서 세 가지가 나온다. 첫째, 기준점은 매수가다. 같은 72,000원도 9만원에 산 사람에게는 손실이고 6만원에 산 사람에게는 이익이다. 주가는 내가 얼마에 샀는지 모르는데, 내 마음은 그 숫자에 묶인다. 둘째, 양쪽 끝으로 갈수록 곡선이 완만해진다. −5%는 아프지만 이미 −40%인 종목이 −45%가 되는 것은 덜 아프다. 셋째, 손실 쪽이 약 두 배 가파르다. 이 셋이 합쳐지면 이익 앞에서는 겁쟁이, 손실 앞에서는 도박사가 된다. 직접 해 본다.
이익 앞의 겁쟁이, 손실 앞의 도박사
아래 게임은 여섯 번의 선택을 묻는다. 매번 보유 종목이 평가이익이나 평가손실 상태이고, "지금 팔아 확정"과 "들고 가서 운에 맡기기" 중 하나를 고른다. 두 선택지의 기대값은 매번 같다. 정답은 없다. 이익 상태와 손실 상태에서 내 선택이 같은지만 본다.
확정할까, 운에 맡길까
이익 상태에서 확정을 고르는 것은 이익 쪽 곡선이 위로 볼록해서다. 확실한 20만원의 기쁨이 반반의 40만원 또는 0원의 기쁨 평균보다 크게 느껴진다. 손실 상태에서 운을 고르는 것은 손실 쪽 곡선이 아래로 볼록해서다. 확실한 −20만원의 고통이 반반의 −40만원 또는 0원의 고통 평균보다 크게 느껴진다. "본전 찾을 기회"가 있는 쪽이 덜 아프다. 이 비대칭이 계좌 안에서 만드는 매매가 다음 절의 처분 효과다.
오른 것은 팔고, 내린 것은 쥔다
계좌에 종목이 다섯 개 있고 돈이 필요해 하나를 팔아야 한다고 하자. 두 개는 매수가보다 올라 있고 두 개는 내려 있다. 무엇을 팔겠는가. 대부분 오른 쪽을 판다. "이익을 실현"하면 기분이 좋고, 내린 종목을 팔면 평가손실이 "진짜 손실"로 확정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이익 난 종목을 너무 빨리 팔고 손실 난 종목을 너무 오래 쥐는 경향을 처분 효과(Disposition effect)라 한다.
연구들은 개인 투자자의 매매 기록에서 이 경향을 반복해서 보고했다. 대표적인 연구는 이익 난 종목이 팔릴 비율(PGR)이 손실 난 종목이 팔릴 비율(PLR)보다 약 1.5배 높았다고 보고했다. 더 아픈 대목은 그다음이다. 같은 연구에서 투자자가 판 이익 종목이 그 뒤 1년 동안 남겨 둔 손실 종목보다 수익률이 약 3%p 높았다. 잘 달리는 말에서 내리고 절뚝이는 말에 계속 타 있었던 셈이다.
이제 직접 재 본다. 아래 게임은 다섯 종목을 각각 10묶음씩 들고 시작한다. 매일 생활비가 필요해 한 묶음을 팔아야 한다. 종목 줄을 눌러 판다. 팔 때마다 하루가 지나고 가격이 움직인다. 12일 동안 팔고 나면 내 PGR과 PLR, 그리고 판 종목과 남긴 종목의 그 뒤 성과가 나온다.
매일 하나씩 팔아야 한다면
처분 효과를 부르는 감정 하나가 더 있다. 후회 회피(Regret aversion)다. 손실 종목을 팔고 나서 그 종목이 오르면 "판 내가 바보"가 된다. 계속 들고 있으면 손실은 "아직 확정되지 않은 것"으로 남는다. 반대로 이익 종목을 팔고 나서 더 오르는 것은 "그래도 벌었으니까"로 넘길 수 있다. 사람은 행동해서 생긴 손해를 가만히 있어서 생긴 손해보다 더 크게 후회한다는 연구들이 있다. 그래서 손실 종목 앞에서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쪽이 편하다.
이때 머릿속에서 흔히 하는 계산이 "본전까지 얼마 남았나"다. 그 계산부터 바로잡아 본다.
본전이라는 숫자
10장에서 본 대로 −50% 다음에는 +100%가 있어야 본전이다. 아래 곡선의 손잡이를 끌어 손실을 바꿔 본다. 오른쪽 숫자는 그 종목의 변동성과 기대수익률을 그대로 둘 때 본전에 돌아오는 데 걸리는 시간과, 3년 뒤 본전 위에 있을 확률이다. 종목 버튼은 세 가상 회사의 변동성(누리식품 연 20%, 한빛반도체 38%, 별빛바이오 65%)을 쓴다.
본전까지의 거리
"이 종목을 지금 갖고 있지 않다면, 오늘 이 가격에 새로 사겠는가?" 손실 종목 앞에서 이 질문 하나가 매수가를 지운다. 답이 "아니다"라면 들고 있는 것은 사실상 매일 그 종목을 새로 사는 것과 같다. 반대로 답이 "그렇다"라면 손실이 나 있어도 쥘 이유가 있다. 어느 쪽이든 판단의 근거가 내 매수가가 아니라 회사와 가격이 된다.
매수가와 목표가에 묶인다
처분 효과의 바탕에는 앵커링(Anchoring)이 있다. 판단을 시작할 때 처음 본 숫자(닻)에서 충분히 멀리 움직이지 못하는 경향이다. 실험에서는 아무 관계없는 숫자(돌림판을 돌려 나온 숫자, 전화번호 끝자리)를 먼저 보여 줘도 그다음 추정이 그 숫자 쪽으로 끌려간다는 결과가 보고되었다. 주식에는 닻이 넘친다. 매수가, 52주 최고가, 애널리스트 목표가, "한때 15만원 하던 종목".
아래 실험은 여섯 가상 종목의 차트와 간단한 정보를 보여 주고, "오늘 처음 본다면 얼마가 적당해 보이는가"를 묻는다. 차트 오른쪽의 손잡이를 위아래로 끌어 내 추정치를 놓고 "확정"을 누른다. 처음 세 문제는 차트 위에 "내가 산 가격"이라는 점선이 보이고, 나머지 세 문제는 숨겨진다(버튼으로 바꿀 수도 있다). 그 숫자는 무작위로 정해진, 판단과 아무 관계없는 값이다.
매수가가 보이면 판단이 끌려가는가
점그림에서 보라 점(매수가가 보일 때)이 대각선 쪽으로 기울어 있다면, 나와 상관없는 숫자가 내 판단을 끌어당긴 것이다. 매수가는 내 계좌의 역사일 뿐, 회사의 미래에 대한 정보가 아니다. 52주 최고가도 마찬가지다. "고점 대비 40% 빠졌으니 싸다"는 말은 고점이 정당했을 때만 성립한다. 목표가는 누군가의 추정이고, 7장에서 본 대로 가치는 점이 아니라 범위다.
과신과 과잉 매매
운전자 대부분이 자기 운전 실력이 평균 이상이라고 답한다는 설문 결과가 유명하다. 투자에서도 같은 일이 생긴다. 내가 고른 종목, 내가 본 뉴스, 내가 찾은 패턴이 남보다 낫다고 믿는 과신(Overconfidence)이다. 과신은 매매 횟수로 드러난다. 남보다 더 안다고 믿으면 더 자주 사고판다.
연구들은 개인 투자자 수만 명의 계좌를 분석해, 매매를 가장 많이 한 집단의 연 수익률이 비용을 뺀 뒤 시장보다 약 6%p 낮았고, 거의 매매하지 않은 집단은 시장과 비슷했다고 보고했다. 남성 투자자가 여성보다 약 45% 더 자주 거래하고 그만큼 수익률이 더 깎였다는 결과도 있다. 거래 하나하나에는 수수료, 세금, 스프레드가 붙는다(3장). 그리고 아무 실력 없이 바꾸는 종목은 수익을 늘리지 못하고 결과의 흩어짐만 키운다.
아래 시뮬레이터는 1,000명의 투자자가 10년 동안 같은 시장에서 매매한 결과다. 모두 종목 선택 실력은 없다(기대 초과수익 0). 슬라이더는 연 회전율(Turnover), 곧 1년 동안 계좌 전체를 몇 번 갈아엎는지다.
회전율과 1,000명의 10년
매매가 많을수록 수익이 낮아지는 이유는 두 가지다. 하나는 보이는 비용이다. 왕복 0.4%는 작아 보이지만 한 해에 스무 번 반복하면 8%다. 다른 하나는 보이지 않는 비용이다. 실력이 없는 매매는 기대수익을 늘리지 못하고 흩어짐만 키운다. 흩어짐이 커지면 10장의 변동성 끌림 때문에 기하평균 수익률이 더 깎인다. 그런데 넓게 퍼진 분포의 오른쪽 끝에는 늘 크게 번 사람이 있다. 그 사람이 다음 이야기의 주인공이다.
수익 인증의 생존자들
"3년 연속 수익, 계좌 인증합니다." 동영상 플랫폼과 커뮤니티에는 이런 글이 넘친다. 인증 자체가 진짜일 수도 있다. 문제는 그 사람이 보이는 이유다. 아래 실험에서 1,000명이 매달 동전을 던져 앞면이면 사고 뒷면이면 판다. 실력은 모두 0이다. "한 달 진행"을 누를 때마다 그 달에 진 사람은 회색이 되고, 한 번도 지지 않은 사람만 색이 남는다. 금색 테두리는 그때까지 돈을 가장 많이 번 10명(상위 1%)이다.
동전으로 매매하는 1,000명
17장에서 사라진 종목을 빼고 만든 백테스트가 실제보다 좋아 보이는 생존 편향(Survivorship bias)을 봤다. 사람에게도 같은 편향이 있다. 수익 인증은 생존자가 쓰고, 생존자는 실력이 없어도 반드시 생긴다. 그러니 한 사람의 성적표에서 물어야 할 것은 "얼마나 벌었나"가 아니라 "몇 명 중의 한 명인가", "잃었을 때도 공개했는가", "그 사람의 수익원이 매매인가, 구독료인가"다. MoneyBook 17장의 리딩방 사기는 이 편향을 일부러 만든다. 수천 명에게 서로 다른 종목을 추천한 뒤 맞힌 쪽에게만 다시 연락하는 방식이다.
보고 싶은 것만 보고, 최근 것만 믿는다
어떤 종목을 사고 나면 그 종목에 대한 좋은 소식이 유난히 눈에 들어온다. 나쁜 소식은 "단기 소음"이나 "세력의 흔들기"로 읽힌다. 이미 가진 믿음을 지지하는 정보는 찾아 읽고, 반대하는 정보는 피하거나 깎아내리는 경향을 확증 편향(Confirmation bias)이라 한다. 종목 토론방, 추천 알고리즘, 내가 구독한 채널이 이 편향을 더 키운다. 내가 클릭한 것과 비슷한 것을 계속 보여 주기 때문이다.
아래 게임에서 한빛반도체 관련 기사 제목 12개가 있다. 좋은 소식과 나쁜 소식이 정확히 반반이다. 시간이 없어 다섯 개만 읽을 수 있다. 먼저 위쪽 버튼으로 내 입장을 고르고, 읽고 싶은 제목을 다섯 개 누른다.
다섯 개만 읽을 수 있다면
확증 편향을 줄이는 방법은 "반대편 변호인"을 일부러 세우는 것이다. 종목을 사기 전에 그 회사를 사지 말아야 할 이유 세 가지를 직접 적는다. 적을 수 없다면 아직 그 회사를 모르는 것이다. 산 뒤에는 "어떤 일이 생기면 내 생각이 틀린 것인가"를 미리 적어 둔다. 예를 들어 "두 분기 연속 영업이익률이 10% 아래로 떨어지면 투자 이유가 사라진 것이다". 미리 적어 두지 않으면 그 일이 일어났을 때 또 다른 설명을 찾게 된다.
최근 수익률을 미래로 늘인다
또 하나의 습관은 최근성 편향(Recency bias)이다. 가장 최근의 경험을 지나치게 무겁게 본다. 지난 1년 시장이 +30%였으면 내년에도 그 근처를 기대하고, 지난 1년이 −20%였으면 주식은 위험하기만 한 자산처럼 느낀다. 최근 추세를 그대로 앞으로 늘이는 것을 추세 외삽(Extrapolation)이라 한다. 설문 연구들은 개인 투자자의 기대수익률이 직전 수익률을 따라 오르내리고, 그 기대가 높을 때 실제 그 뒤 수익률은 오히려 낮은 경향이 있었다고 보고했다.
이 책의 가상 시장(ST.market(), 교육용으로 만든 10년치 가짜 가격)으로 확인해 본다. 매달 "지난 몇 개월 수익률을 연율로 늘린 값"을 기대수익률로 삼는 투자자가 있다고 하자. 가로축은 그 기대, 세로축은 실제로 그다음 12개월 동안 일어난 수익률이다. 슬라이더로 "지난 몇 개월"을 바꾼다.
지난 수익률은 다음 수익률을 알려 주는가
추세 외삽과 확증 편향이 많은 사람에게 동시에 일어나면 가격은 혼자 움직이지 않는다. 오르는 가격이 기대를 올리고, 올라간 기대가 매수를 부르고, 매수가 다시 가격을 올린다. 군집이다.
군집, FOMO, 그리고 버블
모르는 동네에서 식당을 고를 때 손님이 많은 집에 들어가는 것은 합리적이다. 남의 행동이 정보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모두가 남의 행동만 보고 움직이면, 행동 속의 정보는 사라지고 행동만 남는다. 이것이 군집 행동(Herding)이다. 주식에서 군집은 "다들 산다"는 압박으로 온다. 친구가 수익을 자랑하고, 단톡방이 들끓고, 나만 뒤처진 것 같다. 이 감정을 FOMO(Fear of missing out, 소외 불안)라 부른다.
역사에는 이런 모양이 여러 번 있다. 2000년 전후의 닷컴 버블에서 미국 나스닥 지수는 고점에서 약 78% 떨어졌고, 고점을 회복하는 데 약 15년이 걸렸다. 그보다 앞선 1989년 일본 주식시장의 고점은 약 34년 뒤에야 다시 넘어섰다. 버블 안에 있을 때 사람들은 그것이 버블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새 기술이 세상을 바꾼다"는 이야기는 대개 사실이었다. 틀린 것은 이야기가 아니라 가격이었다.
아래 시뮬레이터는 두 종류의 투자자가 사고파는 가상 시장이다. 가치 투자자는 가격이 가치(점선)보다 높으면 팔고 낮으면 산다. 추세 추종자는 최근 오른 만큼 더 사고 내린 만큼 더 판다. 슬라이더로 추세 추종자의 비율을 바꾼다. 붉은 세모는 "최근 100일 +60%"를 처음 넘은 날, 곧 친구의 수익 인증을 보고 FOMO로 들어간 사람의 매수 시점이다.
추세 추종자가 많아지면
추세 추종자가 적으면 가치 투자자가 가격을 붙잡는다. 많아지면 가격이 스스로 가속한다. 오를수록 사는 사람이 늘어나니 더 오른다. 그러다 가치 투자자의 힘(괴리에 비례해 커진다)이 추세의 힘(어느 수준 이상 커지지 않는다)을 넘는 순간 방향이 바뀌고, 이번에는 추세 추종자가 하락을 가속한다. 버블이 꺼질 때 가격이 가치 아래까지 떨어지는 것도 같은 이유다. 19장에서 본 신용 매수가 섞이면 반대매매가 하락을 한 번 더 가속한다.
자주 볼수록 더 아프다
손실 회피에 "얼마나 자주 보는가"가 더해지면 문제가 커진다. 주가는 하루 단위로 보면 오르는 날과 내리는 날이 거의 반반이다. 1년 단위로 보면 오르는 해가 더 많고, 10년 단위로 보면 대개 올라 있다. 같은 계좌라도 매일 보는 사람은 손실을 거의 매일 절반 가까이 겪고, 손실이 이익보다 두 배 아프니 계좌는 고통의 기록이 된다. 연구자들은 이것을 근시안적 손실 회피(Myopic loss aversion)라 부르고, 사람들이 장기 수익률이 높은 주식을 지나치게 적게 갖는 이유 중 하나로 설명했다. 실험에서는 같은 투자를 자주 확인하게 한 집단이 드물게 확인한 집단보다 주식 비중을 낮게 고르는 결과가 보고되었다.
아래 그림은 가상 시장의 10년이다. 버튼으로 계좌를 확인하는 빈도를 고르면, 확인할 때마다 지난 확인 때보다 올랐는지(빨강) 내렸는지(파랑)가 아래 띠에 찍힌다. 맨 아래 선은 그때마다 느낀 기분을 앞의 가치 함수(λ = 2.25, α = 0.88)로 더한 체감 점수다.
계좌를 얼마나 자주 여는가
계좌를 덜 보는 것은 무책임해 보이지만, 계획이 이미 서 있다면 가장 값싼 대책이다. 매일 보는 사람은 매일 무언가를 하고 싶어지고, 앞에서 본 대로 하는 것이 많을수록 비용과 실수가 늘어난다. 앱의 푸시 알림을 끄고, 확인하는 날을 정해 두는 것(예: 매달 월급날 다음 날)만으로도 이 그림의 왼쪽 버튼에서 오른쪽 버튼으로 옮겨 갈 수 있다.
펀드는 벌었는데 투자자는 못 벌었다
같은 펀드라도 그 펀드의 수익률과 그 펀드에 돈을 넣은 사람들의 수익률은 다르다. 펀드 수익률은 처음부터 끝까지 그대로 들고 있었을 때의 시간가중 수익률이고, 투자자 수익률은 실제로 언제 얼마를 넣고 뺐는지를 반영한 금액가중 수익률(IRR)이다(10장). 연구들은 미국 펀드 투자자의 수익률이 그들이 산 펀드의 수익률보다 연 약 1~2%p 낮았다고 반복해서 보고했다. 오른 뒤에 돈이 몰려 들어오고, 떨어진 뒤에 빠져나가기 때문이다.
아래 시뮬레이터는 가상 시장에 매달 70만원을 넣는 투자자다. "추격 강도"가 0이면 매달 같은 금액을 넣는다. 강도를 올리면 지난 6개월 수익률이 좋을수록 더 넣고, 나쁠수록 덜 넣거나 오히려 뺀다. 체크 상자를 켜면 고점 대비 −20%에 닿았을 때 전부 팔았다가 지수가 지난 6개월 +15%를 넘으면 다시 들어가는 "공포 매도"까지 더한다.
사고파는 타이밍이 깎는 수익
이 격차의 원인은 앞에서 본 습관들의 합이다. 최근성 편향은 오른 뒤에 기대를 높이고, 군집과 FOMO는 그 기대를 매수로 바꾸고, 손실 회피는 하락기에 매도를 부르고, 후회 회피는 다시 들어가는 시점을 늦춘다. MoneyBook 17장에서 본 "최고의 며칠을 놓치는" 일도 대개 이 공포 매도 구간에서 생긴다. 큰 반등은 큰 하락 바로 뒤에 몰려 있기 때문이다.
약세장 −25%에서 팔고 싶은 마음
지금까지는 남의 이야기처럼 볼 수 있었다. 이번에는 직접 겪는다. 가상 시장의 고점(가상의 2021년 4월)에 지수 펀드 1,000만원을 들고 있다고 하자. "다음 주"를 누를 때마다 한 주가 지나고, 그 주의 분위기를 전하는 문장이 나온다. 팔고 싶어지면 언제든 "지금 판다"를 누른다. 팔고 나면 그 돈을 어떻게 할지 고른 규칙대로 움직이고, 끝까지 들고 있었을 때와 비교된다.
약세장을 한 주씩 지나간다
−25%에서 판 사람이 잘못 계산한 것은 아니다. 그 순간에는 "더 떨어지면 어쩌나"가 "다시 오르면 어쩌나"보다 두 배 이상 크게 느껴진다. 손실 회피, 최근성 편향(지난 몇 달이 계속 떨어졌다), 군집(모두 판다는 뉴스)이 한꺼번에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 그리고 판 뒤에는 두 번째 결정이 남는다. 언제 다시 들어가는가. 대부분 "확실해지면"이라고 답하고, 확실해지는 때는 이미 많이 오른 뒤다. 약세장에서 파는 결정은 사실 결정 두 개이고, 둘 다 맞혀야 이득이다.
마음을 이기지 말고 우회한다
이 장의 편향들을 알게 되었다고 해서 사라지지는 않는다. 연구들은 편향을 알고 있는 전문가도 같은 실수를 한다고 보고했다. 그래서 대책은 "더 강한 의지"가 아니라 의지가 필요 없게 만드는 장치다. 네 가지를 쓴다.
| 장치 | 무엇을 막는가 | 예 |
|---|---|---|
| 규칙 | 그때그때의 감정 판단 | "위성 한 종목은 계좌의 5% 이하", "연 1회 1월에 리밸런싱"(18장) |
| 자동화 | 타이밍 고르기, 추격 매수 | 월급날 다음 날 자동 이체와 적립식 매수 |
| 덜 보기 | 근시안적 손실 회피, 과잉 매매 | 푸시 알림 끄기, 계좌 확인은 한 달에 한 번 |
| 투자 정책서 | 약세장의 공포, 강세장의 FOMO | 평온할 때 써 두고, 흔들릴 때 꺼내 읽는 한 장 |
투자 정책서(Investment Policy Statement, IPS)는 연기금과 기관이 쓰는 문서다. 목표, 자산 배분, 리밸런싱, 허용 위험, 의사결정 절차를 적는다. 개인에게는 한 장이면 충분하다. 핵심은 내용보다 쓰는 시점이다. 시장이 평온하고 내 마음이 차분할 때 쓴다. 그리고 감정이 끓는 순간에는 바꾸지 않는다. 바꾸고 싶은 충동은 아래 흐름을 지난다.
마지막 시뮬레이터는 이 장의 종합이다. 아래 조절기로 내 정책서를 채우면 오른쪽에 한 장짜리 카드가 만들어진다. 그 아래 그림은 같은 배분을 가상 시장 10년에 돌린 결과다. 회색 영역이 고점 대비 손실이고, 점선이 내가 견딜 수 있다고 적은 손실이다. 영역이 점선을 뚫고 내려가면 카드에 경고가 붙는다. 그 배분은 약세장에서 지키지 못할 약속이라는 뜻이다.
한 장짜리 투자 정책서 만들기
한결의 투자 노트
약세장 −25%에서 쓴 한 장
한결은 이 장의 약세장 시뮬레이터를 자기 일처럼 겪어 봤다. 가상 시장의 고점에 지수 펀드 1,000만원을 들고 출발해 한 주씩 넘기자, 고점 대비 −26%가 된 날(가상의 2022년 3월) 평가액은 약 738만원이었다. 그날 "지금 판다"에 손이 갔다. 팔고 현금으로 들고 있었다면 끝(가상의 2025년 12월)에 약 797만원, "전고점을 회복하면 다시 사자"고 했다면 약 759만원이었다. 끝까지 들고 있었다면 중간에 약 610만원(−39%)까지 내려갔다가 약 972만원으로 끝났다.
정책서 생성기에 자기 배분(주식 70, 그 안에서 위성 20)을 넣자, 이 가상 시장의 최악 구간에서 최대 낙폭이 약 −32%로 감내선 −30%를 살짝 넘었다. 한결은 배분을 바꾸는 대신 −30%를 "팔지 않고, 다음 점검일에 배분을 다시 보는 선"으로 적었다. 과거의 최대 낙폭이 미래의 최대 낙폭은 아니기 때문이다.
계좌 첫 몇 달의 메모에서도 이 장의 습관이 보였다. 위성으로 산 종목이 +8%가 되자 "일단 수익 확정"을 하고 싶었고, 동료가 권한 별빛바이오를 두고는 "임상 결과 기대감" 같은 기사만 골라 읽고 있었다. 처분 효과와 확증 편향이다. 그래서 한결은 평온한 지금, 한 장짜리 투자 정책서를 썼다.
핵심 정리
- 사람은 결과를 매수가라는 기준점 대비 이익·손실로 느끼고, 같은 크기의 손실을 약 두 배 아프게 느낀다(손실 회피). 그래서 이익 앞에서는 확정을, 손실 앞에서는 도박을 고른다.
- 처분 효과: 이익 종목은 일찍 팔고 손실 종목은 오래 쥔다. 판 이익 종목이 남긴 손실 종목보다 그 뒤 성과가 좋았다는 연구들이 있다. 후회 회피가 손실 종목 앞의 무행동을 부른다.
- 매수가, 52주 고점, 목표가는 판단을 끌어당기는 닻이다. "오늘 새로 사겠는가"라는 질문이 닻을 지운다. 본전은 시장이 기억하지 않는 숫자다.
- 과신은 과잉 매매로 드러난다. 실력 없는 매매는 비용만큼 수익을 깎고 흩어짐을 키운다. 연구들은 가장 자주 거래한 집단의 수익률이 가장 낮았다고 보고했다.
- 수익 인증은 생존자가 쓴다. 실력이 0이어도 1,000명 중 몇 명은 반드시 연승한다. 물어야 할 것은 "몇 명 중 한 명인가"다.
- 확증 편향은 보고 싶은 정보만 고르게 하고, 최근성 편향은 지난 수익률을 미래로 늘인다. 반대 이유를 미리 적고, "무엇이 일어나면 틀린 것인가"를 정해 둔다.
- 추세 추종과 군집이 많아지면 가격이 가치에서 멀어졌다가 무너진다. FOMO로 들어가는 시점은 대개 상승의 후반부다.
- 자주 볼수록 손실을 더 자주 겪고 더 아프다(근시안적 손실 회피). 사고파는 타이밍 때문에 투자자 수익률은 펀드 수익률보다 낮아지기 쉽다.
- 대책은 의지가 아니라 장치다. 규칙, 자동화, 덜 보기, 그리고 평온할 때 써 두고 흔들릴 때 꺼내 읽는 한 장짜리 투자 정책서.
확인 퀴즈
1. 보유 종목 A는 +15%, B는 −15%다. 돈이 필요해 하나를 팔아야 할 때 처분 효과에 빠진 투자자의 선택과, 그보다 나은 판단 기준을 바르게 짝지은 것은?
2. 하루 단위로 오르는 날과 내리는 날이 거의 반반인 시장에서, 계좌 확인 빈도를 매일에서 매년으로 바꿨다. 무엇이 달라지는가?
3. 실력이 전혀 없는 1,000명이 매달 동전으로 매매한다. 10개월 뒤에 대해 옳은 것은?
4. 같은 지수 펀드에 돈을 넣은 투자자들의 수익률(금액가중)이 펀드 수익률(시간가중)보다 낮은 가장 흔한 이유는?
5. 투자 정책서(IPS)에 대한 설명으로 가장 알맞은 것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