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이벤트
어느 날 아침 보유 종목의 주가가 전날보다 20% 낮게 시작한다. 폭락일까? 계좌를 열어 보니 주식 수가 두 배가 되어 있거나, 반대로 10분의 1로 줄어 있기도 하다. 회사는 주식을 새로 찍어 팔고, 쪼개고, 합치고, 없애고, 다른 회사와 합친다. 이런 기업 이벤트는 주가 화면의 숫자를 크게 바꾸지만, 어떤 것은 가치를 그대로 두고 숫자만 바꾸고, 어떤 것은 조용히 내 몫을 줄인다. 이 장은 지분이라는 파이를 직접 키우고 쪼개 보면서 둘을 가려내는 법을 익힌다.
- 유상증자가 내 지분율을 줄이는 원리(희석)를 이해하고, 할인 발행 때 이론 권리락 가격을 계산한다.
- 신주인수권을 행사하거나 팔면 손해가 없고,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손해가 생기는 이유를 숫자로 확인한다.
- 무상증자·액면분할·액면병합·무상감자는 주식 수와 주가만 바꾸고 회사 가치는 그대로 둔다는 것을 확인하고, 감자가 왜 나쁜 신호로 읽히는지 설명한다.
- 전환사채(CB)·신주인수권부사채(BW)의 잠재 희석과, 리픽싱이 그 희석을 키우는 과정을 본다.
- IPO의 수요예측·공모가·배정·상장 첫날 가격 범위·보호예수 해제를 단계별로 따라간다.
- 합병비율, 공개매수 프리미엄, 물적분할과 모회사 할인, 상장폐지 정리매매가 주주에게 무엇을 뜻하는지 계산한다.
숫자가 바뀌는 것과 가치가 바뀌는 것
7장에서 회사의 가치는 앞으로 벌어들일 현금에서 나온다고 했다. 주가는 그 가치를 발행 주식 수(Shares outstanding)로 나눈 한 조각의 값이다. 그러니 주가를 바꾸는 길은 두 가지다. 분자인 회사 가치가 바뀌거나, 분모인 주식 수가 바뀌거나. 기업 이벤트는 대부분 분모를 건드린다.
이 장에서 다루는 이벤트를 먼저 한 장의 지도로 보자. 위 식의 어느 칸을 바꾸는지에 따라 네 무리로 나뉜다.
앞으로 나오는 예시는 모두 이 책의 가상 회사 다섯 곳(한빛반도체, 누리식품, 별빛바이오, 다온은행, 모아플랫폼)에 가상의 이벤트를 일으킨 것이다. 실제 공시가 아니다.
유상증자: 파이가 커지면 내 조각은?
별빛바이오는 5장에서 본 대로 현금 1,200억원을 갖고 해마다 약 450억원을 쓰는 적자 회사다. 임상을 끝까지 하려면 돈이 더 필요하다. 은행은 적자 바이오에 큰돈을 빌려주지 않는다. 남은 길은 새 주식을 찍어 파는 것, 즉 유상증자(Rights offering / Seasoned equity offering)다. 투자자가 돈을 내고 새 주식(신주)을 받으니 '유상(돈을 받고)' 증자(자본을 늘림)다.
주식이 늘어나면 기존 주주 한 사람의 지분율(Ownership), 즉 전체 주식 중 내 주식의 비율이 줄어든다. 이것을 희석(Dilution)이라 한다. 아래 파이는 회사 전체 주식 1,000주 중 내가 100주(10%)를 가진 상태에서 시작한다. 신주 비율을 정하고 증자를 실행해 보자. 청약에 참여하면 내 몫만큼 신주를 사고, 불참하면 그 몫을 다른 사람이 가져간다.
지분 파이: 증자할 때마다 커지는 파이와 내 조각
불참하면 지분율은 \(1/(1+r)\)배가 된다(\(r\)은 신주 비율). 신주 25%면 \(1/1.25 = 0.8\), 지분율이 20% 줄어든다. 그런데 지분율이 줄었다고 곧바로 손해는 아니다. 신주를 제값에 팔았다면 회사에 그만큼 현금이 들어와 파이 전체의 가치가 커지고, 작아진 비율 × 커진 파이 = 원래 내 몫이 된다. 문제는 신주가 거의 언제나 시가보다 싸게 팔린다는 데 있다.
할인 발행과 권리락 가격
신주를 지금 주가보다 싸게 파는 이유는 간단하다. 청약일까지 몇 주가 걸리는 동안 주가가 발행가 아래로 떨어지면 아무도 청약하지 않는다. 그래서 회사는 발행가를 20~30% 낮게 잡아 안전판을 둔다. 신주를 받을 권리는 기존 주주에게 먼저 주는 방식(주주배정)이 많은데, 이 권리를 신주인수권(Subscription right)이라 한다.
싸게 판 신주와 원래 주식이 섞이면 주식 한 주의 이론적인 값은 둘의 가중평균이 된다. 신주를 받을 권리가 사라지는 날 주가가 이 값으로 조정되는데, 이 날을 권리락(Ex-rights)일, 조정된 가격을 이론 권리락 가격(Theoretical ex-rights price, TERP)이라 한다.
권리락일에 주가가 15,000원에서 14,400원으로 4% 낮아져 시작해도 이것은 손실이 아니다. 신주인수권이라는 '쿠폰'이 주식에서 떨어져 나간 만큼이다. 그 쿠폰을 쓰거나 팔면 손해가 없고, 버리면 손해다. 아래에서 할인율과 신주 비율을 움직이며 내 100주의 세 가지 선택을 비교해 보자.
권리락 계산기: 청약·권리 매도·방치의 차이
막대가 보여 주는 결론은 하나다. 할인 발행의 손해는 할인 그 자체가 아니라 권리를 버리는 데서 생긴다. 청약하면 싼 신주를 직접 사서 할인 몫을 챙기고, 청약할 돈이 없으면 신주인수권을 시장에서 팔아 그 몫을 현금으로 받는다. 주주배정 유상증자에서는 이 권리가 신주인수권증서라는 이름으로 며칠간 상장되어 거래된다. 바쁘다고 내버려 두면 권리는 청약 마감과 함께 사라지고, 내가 받지 않은 신주는 실권주가 되어 다른 사람에게 팔린다.
한국의 주주배정 증자에서 할인율은 보통 '권리락 후 가격'을 기준으로 적용한다. 그래서 발행가 = 기준주가 × (1 − 할인율) ÷ (1 + 증자 비율 × 할인율)로 계산한다. 별빛바이오 예에서 15,000 × 0.8 ÷ (1 + 0.25 × 0.2) ≈ 11,430원이고, 권리락가는 약 14,286원이 되어 발행가가 권리락가의 정확히 80%가 된다. 또 발행가는 1차(이사회 결의 직후)와 2차(청약 직전)로 두 번 계산해 낮은 쪽을 쓰는 경우가 많다. 이 장의 시뮬레이터는 이해를 위해 단순하게 '현재 주가 × (1 − 할인율)'을 쓴다.
공시부터 신주 상장까지
계산은 한 줄이지만 실제 증자는 한두 달에 걸친 일정이다. 단계마다 주가 차트에 흔적이 남는다. 아래에서 단계를 하나씩 넘기며 별빛바이오 차트(가상)가 어떻게 그려지는지 보자. 권리락일에 생기는 '구멍'을 수정주가로 메우면 어떻게 보이는지도 켜 본다.
유상증자 일정: 단계마다 차트에 남는 흔적
공시 직후 주가가 내린 것은 희석 계산 때문만은 아니다. 시장은 유상증자를 '회사가 스스로 주가가 비싸다고 보거나, 다른 데서 돈을 못 구했다'는 신호로 읽는 경우가 많다. 반대로 설비 투자처럼 돈을 벌 곳이 분명한 증자는 오르기도 한다. 그래서 공시를 보면 얼마를 조달하는지보다 무엇에 쓰는지(자금 사용 목적: 시설·운영·채무 상환·타법인 취득)를 먼저 읽는다. 빚을 갚으려고 하는 증자, 몇 년째 반복되는 운영자금 증자는 경고등이다.
수정주가는 권리락 전의 가격에 조정 비율(권리락가 ÷ 권리락 전 종가)을 곱해 갭을 메운 것이다. 증권사 차트는 보통 수정주가로 보여 주므로, 차트만 봐서는 증자가 있었는지 모를 수 있다. 11장에서 다시 다룬다.
누구에게 파느냐: 주주배정·일반공모·제3자배정
같은 20% 할인이라도 누가 신주를 받느냐에 따라 기존 주주의 손익이 완전히 달라진다. 아래에서 방식을 바꾸고 할인율을 밀어 보자. 회사 전체로 보면 할인은 기존 주주 주머니에서 새 주주 주머니로 가치를 옮기는 일이다.
할인은 누구의 선물인가: 방식별 가치 이전
제3자배정 증자는 할인이 작아도 다른 문제가 있다. 새로 들어오는 투자자가 누구인지가 중요하다. 사업에 도움이 되는 전략적 투자자일 수도 있지만, 경영권을 노리거나 단기 차익만 노리는 세력일 수도 있다. 제3자배정 신주는 보통 일정 기간(약 1년) 팔 수 없게 묶이는데, 그 기간이 끝나는 날 매물이 쏟아지기도 한다.
무상증자, 액면분할, 액면병합: 피자를 몇 조각으로 자를까
이번에는 돈이 오가지 않는 이벤트다. 무상증자(Bonus issue)는 회사 안에 쌓인 잉여금 일부를 자본금으로 옮기면서 그만큼 주식을 공짜로 나눠 주는 것이다. 액면분할(Stock split)은 주식 한 장의 액면가(주식에 적힌 명목 금액)를 쪼개 주식 수를 늘리는 것, 액면병합(Reverse split)은 그 반대다. 셋 다 회사의 현금도, 자산도, 이익도 그대로다. 같은 피자를 4조각으로 자르든 8조각으로 자르든 피자의 양은 같다.
아래에서 한빛반도체(주가 72,000원, 1억주)에 세 이벤트를 차례로 일으켜 보자. 막대 세 개가 주식 수, 주가, 시가총액이다. 점선 테두리는 처음 크기다.
무상증자·액면분할·병합: 막대 셋 중 하나는 움직이지 않는다
가치가 그대로인데도 무상증자 공시에 주가가 뛰는 일은 흔하다. 이유는 몇 가지다. 주가가 낮아 보여 사기 쉬워진다는 심리, 잉여금이 넉넉하다는 신호, 유통 주식이 늘어 거래가 활발해질 것이라는 기대. 하지만 그 기대만으로 오른 가격은 권리락 뒤 제자리를 찾는 경우가 많다. 무상증자 권리락일에 주가가 반으로 '떨어져' 보이는 것도 착시다. 계산은 언제나 내 주식 수 × 주가로 한다.
한 주 미만의 끝수(단주)는 주식으로 줄 수 없어 현금으로 정산한다. 병합 비율이 크면 소액 주주의 주식이 통째로 현금으로 바뀌어 주주 명부에서 빠지기도 한다.
감자: 숫자를 줄여 구멍을 메우다
감자(Capital reduction)는 자본금을 줄이는 일이다. 주주에게 돈을 돌려주고 주식을 없애면 유상감자(실질적인 환급), 돈을 주지 않고 주식 수만 줄이면 무상감자다. 주식 시장에서 자주 보는 것은 무상감자이고, 대개 나쁜 소식이다.
적자가 쌓이면 장부에 결손금이 커져 순자산(자본 총계)이 자본금보다 작아진다. 이것을 자본잠식이라 하고, 잠식이 심하면 관리종목 지정이나 상장폐지 사유가 된다. 회사는 무상감자로 자본금을 줄이고, 줄어든 만큼(감자차익)으로 결손금을 지워 잠식을 '해소'한다. 회사에 들어온 돈은 한 푼도 없다. 장부의 칸만 옮긴 것이다.
아래는 신약 실패로 결손이 쌓였다고 가정한 별빛바이오의 몇 년 뒤 모습(가상)이다. 주가 3,000원, 주식 5,000만주, 자본금 250억원, 잉여금 1,000억원, 결손금 1,150억원. 순자산은 100억원으로 자본금의 40%뿐이다(잠식률 60%). 내 주식은 1,000주다.
무상감자와 그다음: 잠식 해소, 그리고 이어지는 증자
무상감자 자체는 계산상 내 몫을 바꾸지 않는다. 그런데도 감자 공시에 주가가 무너지는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감자를 한다는 것 자체가 돈을 못 벌어 결손이 쌓였다는 고백이다. 둘째, 감자는 대개 대규모 증자의 준비 단계다. 주가가 액면가 아래로 내려간 회사는 액면가 미만으로 신주를 찍기 어렵기 때문에, 감자로 주가를 액면 위로 끌어올린 뒤 대량의 신주를 판다. 기존 주주에게는 감자 → 증자가 이어지면서 지분이 크게 줄어드는 과정이다.
전환사채와 신주인수권부사채: 미래에 생길 주식
주식을 지금 찍지 않고 '나중에 찍어 줄 약속'을 파는 방법도 있다. 전환사채(Convertible bond, CB)는 처음에는 이자를 주는 채권인데, 투자자가 원하면 정해진 가격(전환가액)에 주식으로 바꿀 수 있다. 신주인수권부사채(Bond with warrant, BW)는 채권에 '정해진 가격에 신주를 살 권리'가 붙어 있다. 주가가 오르면 투자자는 주식으로 바꿔 차익을 얻고, 오르지 않으면 채권으로 원금과 이자를 받는다. 투자자에게는 아래가 막히고 위가 열린 상품이고, 회사는 그 대가로 낮은 이자를 낸다.
기존 주주에게 CB와 BW는 잠재 희석이다. 지금 주식 수에는 안 보이지만 주가가 오르면 생겨날 주식이다. 별빛바이오가 750억원어치 CB를 전환가 15,000원에 발행했다고 하자. 모두 전환되면 500만주가 새로 생긴다(기존 5,000만주의 10%). 아래 주가 경로의 손잡이를 끌어 3년 동안의 주가를 바꿔 보자.
CB·BW의 잠재 희석: 주가 경로를 끌어 보기
잠재 희석은 주가가 오를수록 현실이 된다. 그래서 CB가 많은 회사는 주가가 전환가를 넘을 때마다 전환 물량이 시장에 나와 오름세를 누르는 일이 잦다. 반대로 주가가 내내 낮으면 회사는 만기에 원금을 갚아야 하고(투자자가 만기 전에 상환을 요구하는 풋옵션이 붙은 경우가 많다), 현금이 부족한 회사에는 이것이 또 다른 증자의 이유가 된다.
리픽싱: 주가가 내리면 전환가도 내린다
한국의 CB에는 리픽싱(Refixing) 조항이 붙는 경우가 많다. 주가가 내리면 몇 개월마다 전환가를 시가 수준으로 낮춰 주는 약속이다. 투자자에게는 보험이고, 기존 주주에게는 주가가 내릴수록 희석이 커지는 구조다. 같은 750억원을 더 낮은 가격으로 나누면 더 많은 주식이 생긴다. 아래에서 18개월 뒤 주가(오른쪽 손잡이)를 아래로 끌어 보자.
리픽싱: 내려가는 전환가, 늘어나는 주식
리픽싱이 소액 주주에게 불리하게 쓰인다는 비판이 이어지면서, 하향 조정 한도(최초 전환가의 약 70%), 주가 회복 시 다시 올리는 상향 조정 의무 같은 장치가 차례로 더해졌다. 이 장의 수치는 2026년 기준 대표값이며 사모·공모 여부, 발행 시점에 따라 적용이 다르다. CB가 많은 종목을 볼 때는 공시의 '전환가액 조정' 항목과 '미상환 전환사채' 잔액을 직접 확인한다.
IPO: 주식이 처음 시장에 나오는 날
기업공개(Initial public offering, IPO)는 비상장 회사가 처음으로 주식을 일반 투자자에게 팔고 거래소에 상장하는 일이다. 이 장의 예시로, 모아플랫폼이 키운 결제 사업을 떼어 낸 자회사(가상)를 상장한다고 하자. 회사가 얼마에 팔지 정하는 과정, 내가 몇 주를 받는지, 첫날 가격이 어디까지 움직일 수 있는지를 차례로 본다.
수요예측: 공모가는 어떻게 정하나
주관 증권사는 먼저 희망 공모가 범위(밴드)를 내놓고, 기관 투자자들에게 "얼마면 몇 주를 사겠는가"를 묻는다. 이것이 수요예측(Book building)이다. 가격이 낮을수록 사겠다는 물량이 많아지는 수요 곡선이 생기고, 회사와 주관사는 그 곡선을 보고 공모가를 정한다. 아래 게임에서 직접 공모가를 정해 보자. 비싸게 팔면 회사가 돈을 많이 모으지만 첫날 투자자가 손해를 보고, 수요가 공모 물량보다 적으면 상장 자체가 무산된다.
수요예측 게임: 공모가를 정하고 상장시키기
현실의 수요예측에서는 경쟁률이 수백 대 1, 천 대 1을 넘는 일이 흔하다. 배정받을 물량이 적을 것을 알기에 기관들이 필요한 양보다 부풀려 써 내기 때문이다. 높은 경쟁률은 '인기'의 신호이지만 '적정 가치'의 증거는 아니다. 그래서 감독 당국은 실제로 살 능력이 있는지 확인하고, 받은 주식을 일정 기간 팔지 않겠다고 약속하는(의무보유확약) 기관에 더 많이 배정하도록 제도를 바꿔 왔다.
상장 첫날: 60%에서 400%까지
한국에서는 2023년 6월부터 신규 상장 종목의 첫날 가격 범위가 공모가의 약 60~400%로 넓어졌다. 그 전에는 시초가를 공모가의 90~200%에서 정하고 그날 다시 ±30%까지 움직일 수 있어서, 최고가 공모가의 260%('따상')였다. 범위가 좁으면 첫날 가격이 상한에 몰려 붙고 다음 날로 넘어가며, 범위가 넓으면 첫날에 가격 발견이 더 많이 끝난다. 가상의 상장 100건을 한꺼번에 일으켜 첫날 종가가 공모가의 몇 배인지 분포를 보자.
상장 첫날 종가의 분포: 제도의 범위가 분포를 자른다
공모주 청약: 몇 주를 받을까
일반 투자자 몫의 절반 이상은 균등 배정으로, 최소 수량 이상 청약한 사람 모두에게 똑같이 나눈다. 나머지는 비례 배정으로, 낸 증거금에 비례해 나눈다. 청약할 때는 청약 금액의 약 50%를 증거금으로 넣고, 배정되지 않은 돈은 며칠 뒤 돌려받는다. 아래 그래프의 점을 끌어 내 증거금을 바꿔 보자.
공모주 배정 계산기: 균등과 비례
보호예수 해제: 묶였던 주식이 풀리는 날
상장 직후에는 최대주주, 상장 전 투자한 벤처캐피털, 확약한 기관의 주식이 일정 기간 팔 수 없게 묶인다. 이것을 보호예수(Lock-up) 또는 의무보유라 한다. 상장 첫날 실제로 거래되는 주식(유통 물량)은 전체의 일부뿐이고, 1개월·3개월·6개월·1년이 지날 때마다 묶인 주식이 풀려 유통 물량이 계단처럼 늘어난다. 풀린 주식 중 일부가 시장에 나오면 주가를 누르는데, 이렇게 언제든 쏟아질 수 있는 물량을 오버행(Overhang)이라 한다.
보호예수 해제 달력: 계단처럼 늘어나는 유통 물량
첫날 가격 범위(2023년 6월부터 공모가의 약 60~400%), 균등 배정 비율(일반 물량의 절반 이상), 의무보유확약 기관 우대, 최대주주 보호예수 기간(시장과 상황에 따라 약 6개월~3년) 같은 규칙은 시장 상황에 따라 계속 바뀌어 왔다. 이 장의 수치는 2026년 기준 대표값이며, 실제 청약 전에는 증권신고서와 투자설명서의 '배정 방법', '유통 가능 물량' 표를 직접 확인한다.
합병, 공개매수, 분할: 회사의 모양이 바뀔 때
합병비율: 내 주식이 몇 주로 바뀌나
두 회사가 하나로 합치는 합병(Merger)에서 사라지는 회사의 주주는 남는 회사의 주식을 받는다. 1주당 몇 주를 받는지가 합병비율(Exchange ratio)이다. 상장사끼리는 주로 최근 주가를 평균한 기준주가로 비율을 정한다.
문제는 '가치'를 무엇으로 재느냐다. 주가가 회사의 내재가치보다 낮게 눌려 있을 때 시가로 비율을 정하면 그 회사 주주는 손해를 보고 상대 회사 주주가 이득을 본다. 아래에서 두 회사의 시가 막대를 끌어 보자. 점선은 두 회사의 내재가치(여기서는 지금 주가)다.
합병비율 계산기: 시가가 눌린 쪽이 손해 본다
합병에 반대하는 주주는 회사에 정해진 가격으로 주식을 사 달라고 요구할 수 있다. 이것이 주식매수청구권(Appraisal right)이다. 다만 매수 가격도 대개 시가에서 계산되므로, 눌린 시가로 정해진 합병비율에 대한 완전한 보호는 아니다.
공개매수: 웃돈을 주고 사 가겠다는 제안
공개매수(Tender offer)는 누군가 "정해진 기간에 정해진 가격으로 몇 주까지 사겠다"고 공개적으로 제안하는 것이다. 경영권을 얻거나 상장폐지를 하려는 목적이 많고, 시가보다 높은 가격(공개매수 프리미엄)을 붙인다. 발표 직후 주가는 공개매수가 근처까지 뛰지만 보통 조금 아래에서 멈춘다. 다 사 주지 않을 수도, 무산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누리식품(38,000원)에 발행 주식의 25%를 사겠다는 공개매수(가상)가 나왔다고 하자.
공개매수: 응모할까, 시장에서 팔까
목표 수량보다 많이 응모하면 응모한 비율대로 나눠 사는데 이를 안분비례라 한다. 응모가 몰릴수록 내가 실제로 팔 수 있는 주식은 줄고, 공개매수가 끝나면 남은 주식은 원래 가격 근처로 돌아가곤 한다. '공개매수가와 시장가의 차이'는 공짜 돈이 아니라 이런 위험의 값이다.
물적분할과 모회사 할인
회사가 사업 하나를 떼어 낼 때 방법이 두 가지다. 인적분할은 새 회사의 주식을 기존 주주에게 지분율대로 나눠 준다. 주주는 두 회사의 주식을 직접 갖게 된다. 물적분할은 새 회사의 주식 100%를 모회사가 갖는다. 주주는 여전히 모회사 주식만 갖고, 새 회사는 모회사를 통해 간접적으로만 소유한다. 물적분할한 자회사가 따로 상장하면, 투자자는 성장성이 큰 자회사를 직접 사면 되므로 모회사 주가에서 자회사 몫을 깎아서 본다. 이것이 모회사 할인(Holding company discount)이다.
모아플랫폼(시총 18조원)의 가치가 본업 12조원과 결제 사업 6조원이라고 하자. 결제 사업을 물적분할한 뒤 상장해 새 주식으로 2조원을 모으면, 모회사 지분은 75%로 줄고 시장은 그 지분 가치를 할인해 본다.
물적분할과 자회사 상장: 모회사 주주의 몫
물적분할 뒤 자회사 상장이 소액 주주의 몫을 깎는다는 비판이 커지면서, 물적분할에 반대하는 주주에게 주식매수청구권을 주는 등 보호 장치가 생겼다. 그래도 모회사 할인은 제도로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시장이 매기는 값이다. 분할 공시를 보면 '인적인가 물적인가', '자회사를 따로 상장할 계획이 있는가'를 먼저 확인한다.
상장폐지와 정리매매
상장 회사가 거래소에서 퇴출되는 것을 상장폐지(Delisting)라 한다. 감사인이 재무제표에 의견을 거절하거나, 자본이 전액 잠식되거나, 매출이 기준에 못 미치거나, 횡령·배임 같은 일로 '상장 적격성'을 잃으면 폐지 절차가 시작된다. 대개 먼저 관리종목으로 지정되고 거래가 정지된 뒤, 이의 신청과 개선 기간을 거쳐 최종 결정이 난다.
폐지가 확정되면 주주가 주식을 정리할 마지막 기회로 정리매매가 열린다. 2026년 기준 약 7거래일 동안, 가격제한폭 없이, 30분마다 한 번씩 모아서 체결하는 단일가 방식으로 거래된다. 상장폐지가 확정된 별빛바이오(가상의 최악 시나리오) 100주를 들고 있다고 하자. 거래 정지 전 마지막 가격은 1,200원이었다.
정리매매 7일: 언제 팔까
정리매매 가격은 회사의 가치가 아니라 '빨리 팔고 나가려는 사람'과 '싼값에 단타를 노리는 사람'이 만나는 가격이다. 주가가 정지 전보다 70~90% 낮은 곳에서 시작하는 일이 흔하다. 상장폐지 뒤에도 주식이 사라지지는 않지만, 장외에서 팔 상대를 찾기 매우 어렵고 회사가 청산되면 빚을 다 갚고 남는 것이 있을 때만 주주에게 돌아온다. 관리종목 지정, 감사의견 거절, 반복되는 감자·증자는 그 전에 켜지는 신호등이다.
종합: 이벤트 장부로 내 몫 따라가기
지금까지 본 이벤트를 한 종목에 차례로 일으켜 보자. 별빛바이오 100주(150만원)에서 시작한다. 이벤트 버튼을 누르는 순서대로 주식 수, 주가, 지분율, 내 계좌가 기록된다. 내 계좌는 주식 평가액에 이벤트로 받은 현금을 더하고 추가로 넣은 돈을 뺀 값이다. 시장의 오르내림은 빼고 이벤트의 이론 효과만 본다.
기업 이벤트 장부: 무엇이 내 몫을 바꾸는가
장부가 보여 주는 규칙은 단순하다. 주식 수와 주가가 같은 배수로 반대로 움직이는 이벤트는 내 몫을 바꾸지 않는다. 내 몫을 바꾸는 것은 누군가 시가보다 싼 값에 새 주식을 받아 가는 이벤트이고, 그 할인이 내게 오는지(청약·권리 매도) 남에게 가는지(방치·제3자배정·CB 전환)가 손익을 가른다.
한결의 투자 노트
별빛바이오의 유상증자 공시를 계산해 보다
5장에서 재무제표를 읽은 뒤 한결은 별빛바이오를 관심 종목에 넣어 두었다. 어느 날 공시가 떴다(가상).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신주 1,250만주(기존의 25%), 예정 발행가 12,000원(20% 할인), 자금 용도: 임상 3상 운영자금." 한결은 '만약 100주(150만원)를 들고 있었다면'으로 계산해 보았다.
손해는 할인이 아니라 방치에서 나온다는 것을 확인했다. 지분율은 참여하지 않으면 20% 줄어든다. 회사 쪽에서 보면 1,500억원이 들어와 현금이 1,200억원에서 약 2,700억원이 되고, 연 450억원을 쓰는 속도라면 버틸 수 있는 기간이 약 2.7년에서 약 6년으로 늘어난다. 증자가 좋은지 나쁜지는 이 돈으로 신약이 성공하느냐에 달렸지, 권리락일의 −4%에 달린 것이 아니다.
같은 날 한결은 3장에서 산 한빛반도체 10주에 1→5 액면분할이 일어난다면 어떻게 될지도 계산했다. 50주 × 14,400원 = 72만원, 산 날과 똑같다. 무상증자 1:1이었다면 20주 × 36,000원 = 72만원. 주가 숫자가 바뀌어도 내 몫은 그대로다.
핵심 정리
- 내 몫 = 회사 가치 × (내 주식 수 ÷ 전체 주식 수). 기업 이벤트는 주로 분모(주식 수)를 바꾸므로 주가가 아니라 이 식으로 판단한다.
- 유상증자는 지분율을 1/(1+신주 비율)배로 희석한다. 시가보다 싸게 발행하면 이론 권리락가 = (기존 주가 × 기존 주식 + 발행가 × 신주) ÷ 전체 주식으로 조정된다. 별빛바이오 20% 할인·25% 증자면 15,000원 → 14,400원.
- 주주배정 증자에서 청약하거나 신주인수권을 팔면 손해가 없고, 권리를 방치하면 할인 몫만큼 잃는다. 일반공모·제3자배정은 할인 몫이 바깥으로 나가므로 할인 상한(약 30%·10%)이 있다.
- 무상증자·액면분할·액면병합·무상감자는 주식 수와 주가를 반대로 같은 배수만큼 바꿀 뿐 시가총액과 순자산은 그대로다. 다만 무상감자는 결손이 쌓였다는 신호이자 대규모 증자의 예고인 경우가 많다.
- CB·BW는 주가가 오를수록 현실이 되는 잠재 희석이다. 리픽싱은 주가가 내릴 때 전환가를 낮춰(하한 약 70%) 전환 주식 수와 희석을 키운다.
- IPO 공모가는 기관 수요예측으로 정하고, 일반 물량의 절반 이상은 균등 배정한다. 2023년 6월부터 상장 첫날 가격 범위는 공모가의 약 60~400%이며, 보호예수가 풀리는 날마다 유통 물량이 늘어 오버행이 생긴다.
- 합병비율이 눌린 시가로 정해지면 그 회사 주주의 가치가 상대 주주에게 넘어간다. 공개매수 차익은 안분비례와 무산 위험의 값이다. 물적분할 뒤 자회사 상장은 모회사 할인을 낳는다.
- 상장폐지가 확정되면 약 7거래일의 정리매매가 가격제한폭 없이 열린다. 관리종목·감사의견 거절·반복되는 감자와 증자는 그 전에 켜지는 경고등이다.
확인 퀴즈
1. 주가 15,000원, 주식 5,000만주인 회사가 발행가 12,000원에 신주 1,250만주를 주주배정으로 발행한다. 이론 권리락 가격은?
2. 위 증자에서 100주를 가진 주주가 청약도 하지 않고 신주인수권도 팔지 않았다. 증자 전과 비교한 이론상 결과는?
3. 한빛반도체(72,000원, 1억주)가 1→5 액면분할을 했다. 옳은 것은?
4. 리픽싱 조항이 붙은 전환사채를 발행한 회사의 주가가 크게 내렸다. 기존 주주에게 일어나는 일은?
5. 사업 일부를 물적분할한 뒤 그 자회사를 따로 상장하면 모회사 주주에게 흔히 생기는 문제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