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매 규칙과 자금 관리
무엇을 살지는 앞 장들에서 충분히 따졌다. 이 장은 그다음 질문을 다룬다. 언제, 얼마씩, 얼마나 크게 사고, 언제 팔고, 언제 비중을 되돌리는가. 이 질문들은 종목 고르기보다 덜 화려하지만 계좌의 운명은 대개 여기서 갈린다. 좋은 종목을 너무 크게 사서 망하는 사람은 있어도, 크기를 잘 정한 사람이 한 번에 망하는 일은 드물다. 규칙을 직접 돌려 보면서 감정 대신 숫자로 정하는 법을 익힌다.
- 감정에 따른 매매가 사실은 "그때그때 바뀌는 규칙"이라는 것을 보고, 미리 적어 둔 규칙의 가치를 설명한다.
- 적립식의 평균 매입 단가가 가격의 단순 평균보다 낮아지는 이유(조화평균)를 이해하고, 일시 투자와 분할 매수의 승률과 후회를 비교한다.
- 손절·익절 폭이 승률과 손익비를 바꿀 뿐 기대값을 만들어 내지는 않는다는 것을 백테스트로 확인한다.
- 계좌 위험 1~2% 규칙과 ATR로 매수 주식 수를 계산하고, 연속 손실이 생각보다 길다는 것을 확률로 본다.
- 켈리 기준으로 베팅 크기의 상한을 구하고, 그 이상 걸면 기대값이 양수여도 계좌가 녹는다는 것을 확인한다.
- 기간형·밴드형 리밸런싱과 코어-위성 구조를 비교하고, 자기 규칙을 한 장의 카드로 적는다.
왜 규칙이 감정보다 나은가
주가가 20% 빠진 날 계좌를 보면 두 가지 목소리가 들린다. "더 빠지기 전에 팔자"와 "지금이 기회다". 어느 쪽이 맞는지는 지나고 나서야 안다. 문제는 그 순간의 판단이 정보가 아니라 기분에서 나온다는 점이다. 같은 사람이 상승장에서는 −10%에도 태연하고, 약세장 한가운데서는 −5%에도 손이 떨린다.
그래서 "감정 매매"를 다르게 볼 수 있다. 감정 매매도 규칙이 있는 매매다. 다만 그 규칙이 적혀 있지 않고, 매번 바뀌고, 검증된 적이 없다. 예를 들어 "고점보다 X% 빠지면 무서워서 팔고, 바닥에서 Y% 오르면 안도해서 다시 산다"는 사람을 생각해 보자. X와 Y는 그날 기분이 정한다. 아래 실험실은 X와 Y의 조합 196가지를 모두 가상 시장에서 돌려, 그냥 들고 있었을 때와 비교한다.
감정 규칙 196가지: 공포에 팔고 안도에 다시 사기
몇 칸을 눌러 보면 의외의 사실이 보인다. 지수에서는 196칸 중 91칸이 보유보다 낫다. 이 가상 시장에는 40일 만에 34% 빠진 급락과 25% 약세장이 있어서, 마침 그 앞에서 판 규칙은 보유를 이긴다. 그런데 같은 "−10%에 팔고 +10%에 다시 사기" 칸을 종목만 바꿔 보자. 지수에서는 +62.1%로 보유(+78.6%)에 조금 뒤지고, 한빛반도체에서는 보유의 +240%를 −11%로 만들고, 별빛바이오에서는 오히려 +472%로 보유(+284%)를 이긴다. 한빛반도체에서 보유보다 나은 칸은 32칸뿐이다.
같은 규칙이 종목마다 정반대 결과를 내고, 한 칸 옆도 색이 다르다. 감정 매매의 결과가 운이라는 뜻이다. 그날의 기분이 우연히 맞는 칸을 고를 수도 있지만, 다음 하락장에서 같은 기분이 같은 칸을 고른다는 보장은 없고, 어느 칸이 맞을지는 지나고 나서야 안다.
규칙의 장점은 수익이 높다는 데 있지 않다. 규칙은 적을 수 있고, 미리 시험할 수 있고, 틀렸을 때 고칠 수 있다. 기분은 그 어느 것도 안 된다. 17장에서 본 대로 과거에 잘 맞은 규칙도 표본 밖에서 무너질 수 있으니, 좋은 규칙은 대개 단순하고 매매가 드물다. 이 장의 나머지는 그런 단순한 규칙들, 곧 얼마씩 사고(적립식·분할), 얼마나 크게 걸고(포지션 크기·켈리), 언제 되돌릴지(리밸런싱)를 하나씩 시험한다.
적립식: 매달 같은 금액을 산다
가장 단순한 규칙은 날짜만 정하는 것이다. 적립식 투자(Dollar-cost averaging, DCA)는 가격과 상관없이 정해진 날 정해진 금액을 사는 방식이다. 월급날 다음 날 70만원씩 사는 식이다. 판단할 것이 없으니 감정이 끼어들 틈도 없다. 아래에서 가상 시장의 종목과 시작 연도를 고르고 매달 금액을 정한 뒤 재생해 보자. 위쪽 그림의 굵은 금색 선이 지금까지 산 주식의 평균 매입 단가(Average cost), 곧 낸 돈을 가진 주식 수로 나눈 값이다.
적립식: 가격선과 평균 단가선
지수를 2016년부터 끝까지 사면 70만원씩 124번, 모두 8,680만원을 넣어 약 1억 2,219만원(+40.8%)이 된다. 같은 기간 지수 자체는 +78.6%였다. 적립식이 덜 번 것이 아니라, 나중에 넣은 돈일수록 시장에 머문 시간이 짧았을 뿐이다. 눈여겨볼 곳은 급락과 약세장이다. 가격선이 꺼지는 동안 같은 70만원으로 더 많은 주식을 사니, 평균 단가선은 가격을 따라 내려가지 않고 천천히 눕는다. 회복이 시작되면 가격선이 평균 단가선을 먼저 넘는다.
누리식품은 반대 경우다. 10년간 가격은 21,500원에서 38,000원으로 올랐지만 대부분 초반에 올랐고 그 뒤로는 옆으로 걸었다. 그래서 평균 단가가 37,129원으로 현재가에 바짝 붙어 수익률이 +2.3%에 그친다. 적립식은 평균 단가를 낮추는 마법이 아니라 비싼 때와 싼 때를 골고루 사는 방법이다. 무엇을 사느냐가 여전히 결과의 대부분을 정한다.
평균 단가는 왜 평균 가격보다 낮은가
적립식에는 작은 수학적 선물이 하나 있다. 같은 금액으로 사면 가격이 낮은 달에 주식을 더 많이 산다. 그래서 내 평균 매입 단가는 그동안 가격의 단순 평균보다 항상 낮거나 같다. 같은 금액 \(A\)로 \(n\)번 샀다면 이렇게 쓸 수 있다.
아래 여섯 달의 가격 점을 위아래로 끌어 보자. 아래 막대는 그달에 산 주식 수다. "같은 주식 수"로 바꾸면 매달 같은 수량을 사는 방식이 되고, 그때는 평균 단가가 단순 평균과 정확히 같아진다.
가격 점을 끌어 평균 단가 바꾸기
V자 가격에서는 가격이 출발점으로 돌아왔을 뿐인데 적립식 계좌는 이익이다. 바닥 근처에서 많이 산 주식이 평균 단가를 끌어내렸기 때문이다. 다만 이 선물은 가격이 결국 돌아올 때만 이익이 된다. 계속 내려가는 종목을 적립식으로 사면 평균 단가도 따라 내려가며 손실이 쌓인다. 적립식이 잘 맞는 대상이 망하지 않을 지수인 이유다.
일시 투자와 분할 매수
한결처럼 목돈 1,000만원이 이미 있다면 질문이 달라진다. 오늘 한꺼번에 살까(일시 투자(Lump sum)), 몇 달에 나눠 살까(분할 매수)? 주식의 기대수익이 현금 이자보다 높다면 답은 이론상 간단하다. 일찍 넣을수록 기대수익을 더 오래 받으니 평균적으로는 일시 투자가 낫다. 분할 매수는 아직 사지 않은 돈을 현금으로 들고 있는 셈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평균적으로"가 핵심이다. 아래에서 400개의 가상 1년을 뽑아, 1,000만원을 첫날 다 넣은 경우와 몇 달에 나눠 넣은 경우(남은 돈은 연 3% 현금 이자)의 1년 뒤 차이를 쌓아 보자. 오른쪽(보라)은 일시 투자가 더 번 경우, 왼쪽(금색)은 분할 매수가 더 번 경우다.
일시 투자 vs 분할 매수: 400번의 1년
기본값(기대수익 7%, 현금 이자 3%, 변동성 16.5%, 6개월 분할)에서 일시 투자는 400번 중 약 56%를 이기고, 평균으로는 약 11만원 앞선다. 기대수익을 10%로 올리면 승률이 60% 안팎으로 올라가고(미국 시장의 과거 자료로 한 여러 연구에서는 약 3분의 2였다), 현금 이자와 같은 3%로 내리면 동전 던지기가 된다. 일시 투자의 우위는 정확히 주식의 위험 프리미엄에서 나오고, 그 우위는 생각보다 작다.
그렇다면 분할 매수는 무엇을 사는가? 아래 두 숫자를 보자. 1년 뒤 잔고가 가장 나쁜 5%의 경우, 일시 투자는 약 791만원까지 내려가지만 6개월 분할은 약 831만원에서 멈춘다(12개월 분할이면 약 889만원). 처음 투자한 사람에게 이 차이는 숫자 이상이다. 사자마자 −20%를 맞고 겁이 나서 다 팔아 버린다면 평균 11만원의 차이는 의미가 없다. 분할 매수는 기대값을 조금 내주고 최악의 후회를 줄이는 보험이다. 그 보험료가 얼마인지 알고 사면 된다.
몬테카를로는 가상의 미래다. 이번에는 가상 시장의 실제 경로에서 확인해 보자. 위 그림의 지수 위에서 시작일을 좌우로 끌면, 그날 일시 투자한 경우와 그날부터 나눠 산 경우의 1년 뒤 결과가 나온다. 아래 띠는 모든 시작일에 대해 같은 계산을 한 결과다.
후회 지도: 그날 시작했다면
아래 띠에서 금색은 하락 국면 직전에 몰려 있고, 그 밖의 날은 대부분 보라색이다. 문제는 오늘이 어느 날인지 미리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알 수 있다면 분할 매수도 필요 없다.
시장 타이밍의 어려움: 최고의 날을 놓치면
"하락장은 피하고 상승장만 타면 된다"는 생각은 누구나 한 번은 한다. 그 생각이 어려운 이유는 수익이 고르게 나지 않기 때문이다. 10년의 수익 가운데 상당 부분이 손에 꼽을 만한 며칠에 몰려 있다. 아래에서 10년 가운데 지수가 가장 많이 오른 날을 n일 빼 보자. 그날만 시장 밖에 있었다고 가정하는 것이다.
최고의 날 n일을 놓치면
10년 동안 지수는 +78.6%(연 약 5.8%)였는데, 가장 좋은 10일만 놓치면 +13.5%(연 약 1.2%)로 줄고, 20일을 놓치면 손실이 된다. 2,600거래일 가운데 0.4%의 날이 10년 수익의 대부분을 만든 것이다. 그런데 점이 찍힌 곳을 보자. 최고의 날 10일 가운데 8일이 평온한 상승장이 아니라 급락과 약세장 한가운데, 최악의 날 바로 옆에 있다. 공포에 팔고 나간 사람이 놓치는 날이 바로 그 날들이다.
"최악의 날만 피하면 되지 않나"라는 반론도 있다. 최악의 날 10일을 빼면 결과는 놀랍도록 좋아진다. 하지만 두 종류의 날이 며칠 간격으로 붙어 있으니, 최악의 날만 골라 피하려면 최고의 날 직전에 다시 들어와야 한다. 그 정도로 정확한 예측은 없다. 시장 타이밍이 어렵다는 말은 판단이 틀린다는 뜻보다 틀린 판단 한두 번의 비용이 너무 크다는 뜻에 가깝다.
손절과 익절: 승률과 손익비
개별 종목을 사는 사람이 가장 많이 묻는 규칙은 "몇 % 떨어지면 팔고, 몇 % 오르면 파나"다. 미리 정해 둔 손실 한도에서 파는 것을 손절(Stop loss), 목표 이익에서 파는 것을 익절(Take profit)이라 한다. 이 두 숫자가 정하는 것은 두 가지다. 이길 확률인 승률(Win rate)과, 이길 때 평균 이익을 질 때 평균 손실로 나눈 손익비(Payoff ratio). 둘을 합치면 한 번 거래의 기대값이 나온다.
아래 백테스트는 가상 시장에서 5거래일마다 한 번씩 진입해, 손절선이나 익절선에 닿으면 팔고, 120거래일 동안 둘 다 닿지 않으면 그냥 판다. 손절 폭과 익절 폭을 움직이며 승률, 손익비, 기대값이 어떻게 함께 움직이는지 보자.
손절·익절 폭 백테스트
손절을 좁히면 작은 손실이 자주 나서 승률이 떨어지고, 대신 이긴 거래의 크기가 상대적으로 커져 손익비가 오른다. 반대로 손절 30%, 익절 5%처럼 두면 승률은 80%를 넘지만 손익비가 0.3 안팎으로 무너진다. 그런데 기대값은 어떤가. 어떤 조합도 "규칙 없이 120일 보유"를 뚜렷하게 넘지 못한다. 한빛반도체처럼 10년 동안 길게 오른 종목에서는 오히려 크게 못 미친다(기본값에서 거래당 +2.5% 대 보유 +11.0%). 손절과 익절이 거래를 일찍 끊어 상승의 몫을 덜 받기 때문이다. 가격이 무작위에 가깝게 움직이는 한, 손절과 익절은 결과의 모양(승률과 손익비)을 바꿀 뿐 기대값을 만들어 내지 않는다. 매매가 잦아질수록 비용만큼 더 줄어든다.
그러면 손절은 쓸모가 없는가? 그렇지 않다. 손절의 진짜 역할은 수익을 올리는 것이 아니라 한 번의 손실 크기에 뚜껑을 씌우는 것이다. 뒤에서 볼 포지션 크기 계산은 이 뚜껑이 있어야 가능하다. 승률과 손익비가 기대값과 어떻게 묶이는지 한 장의 지도로 보자. 점을 끌어 옮기면 그 조합의 기대값이 나온다. 바로 앞 백테스트의 결과도 금색 점으로 함께 찍힌다.
승률 × 손익비 지도와 기대값 0선
점선(기대값 0선)의 위쪽은 이익 영역, 아래쪽은 손실 영역이다. 승률만 높다고, 손익비만 높다고 이 선을 넘는 것이 아니다. "적중률 80%"를 내세우는 광고를 보면 손익비를 물어야 하고, "한 번에 다섯 배"를 내세우는 광고를 보면 승률을 물어야 한다. 그리고 앞 백테스트가 보여 주듯, 무작위에 가까운 가격에서 손절과 익절만으로 이 선 위에 오래 머무는 조합을 찾기는 어렵다.
연속 손실은 생각보다 길다
승률 55%인 규칙이라면 연속으로 다섯 번 지는 일은 드물 것 같다. 한 번 질 확률이 45%이니 다섯 번 연속은 \(0.45^5 \approx 1.8\%\)다. 하지만 이것은 "지금부터 다섯 번"의 확률이다. 100번 거래하는 동안 어디선가 다섯 번 연속 질 확률은 전혀 다르다. 아래에서 승률과 거래 횟수를 정하면 가장 긴 연패의 분포를 정확히 계산하고, 아래에는 그 승률로 뽑은 표본 하나를 점으로 늘어놓는다.
가장 긴 연패의 확률
승률 55%로 100번 거래하면 5연패 이상을 겪을 확률이 약 65%, 6연패 이상도 약 36%다. 승률 40%라면 10연패 이상이 약 21%다. 연패는 규칙이 망가졌다는 신호가 아니라 규칙이 정상적으로 작동해도 오는 일이다. 그래서 한 번에 거는 크기는 "한 번 졌을 때"가 아니라 "열 번 연달아 졌을 때"를 기준으로 정해야 한다. 한 번에 계좌의 10%를 잃는 크기라면 열 번 연패 뒤 계좌는 35%만 남는다. 1%라면 90%가 남는다.
포지션 크기: 계좌 위험 1~2% 규칙
"얼마나 살까"를 정하는 가장 널리 쓰이는 규칙은 거꾸로 생각하는 것이다. 얼마를 살지 먼저 정하지 않고, 틀렸을 때 계좌의 몇 %를 잃을지를 먼저 정한다. 보통 1~2%다. 그다음 손절가를 정하면 주식 수는 계산으로 나온다. 이렇게 정한 보유 크기를 포지션 크기(Position size)라 한다.
아래 차트에서 빨간 손절선을 위아래로 끌어 보자. 매수가는 한빛반도체의 현재가 72,000원이다. 손절가는 호가 단위(5만원 이상 20만원 미만은 100원)에 맞춰 내림한다. 손절을 가까이 두면 1주당 위험이 작아져 많이 살 수 있지만, 평범한 하루의 흔들림에도 손절될 가능성이 커진다.
포지션 사이징 계산기: 손절선을 끌어라
"손절 시 실제 손실"이 허용 손실보다 조금 큰 것은 수수료와 증권거래세(2026년 기준 매도 금액의 0.20%) 때문이다. 실제로는 갭 하락으로 손절가보다 한참 아래에서 팔릴 수도 있다(가격제한폭이 ±30%이니 최악의 하루는 손절가와 상관없이 −30%다). 그래서 허용 위험은 넉넉히 작게 잡는다.
변동성에 맞춘 크기: ATR
손절 폭을 모든 종목에 똑같이 −10%로 두면 문제가 생긴다. 누리식품에게 −10%는 드문 일이지만 별빛바이오에게는 며칠이면 오는 흔들림이다. 그래서 손절 폭을 종목의 평소 흔들림에 맞추는 방법이 있다. 흔들림의 잣대로 자주 쓰는 것이 ATR(Average True Range)로, 하루 고가와 저가의 폭(전일 종가와의 간격 포함)을 14일 평균한 값이다. 손절 폭을 "ATR의 k배"로 두고 종목마다 같은 위험만큼 사면, 흔들리는 종목은 적게, 차분한 종목은 많이 사게 된다.
같은 금액 vs 같은 위험: ATR 사이징
"같은 금액"으로 200만원씩 나누면 별빛바이오 한 종목의 손절 손실이 누리식품의 세 배를 넘는다. 계좌의 운명이 가장 시끄러운 종목 하나에 걸린다. "같은 위험"으로 나누면 손실 막대가 모두 같아지고, 대신 금액 막대가 크게 달라진다. 이것이 13장에서 본 "변동성이 큰 종목은 작게"를 숫자로 옮긴 규칙이다.
켈리 기준: 얼마나 크게 걸어야 가장 빨리 불어나는가
계좌 위험 1%는 경험칙이다. 이론적으로 "가장 빨리 불어나는 베팅 크기"는 따로 있다. 이길 확률 55%, 이기면 건 돈만큼 벌고 지면 건 돈을 잃는 동전 던지기를 생각하자. 기대값은 한 번에 +10%다. 매번 계좌의 몇 %를 걸어야 할까? 기대값이 양수이니 많이 걸수록 좋을 것 같다. 직접 던져 보자. 같은 동전 결과에 걸면 20명의 계좌가 각각 어떻게 되는지 보여 준다.
켈리 베팅 게임: 55% 동전을 100번
매번 10%를 걸면 20명 대부분의 계좌가 늘어난다. 같은 동전에 30%를 걸면 기대값은 세 배인데 대부분이 돈을 잃고, 50%를 걸면 거의 모두 파산한다. 기대값이 양수인데도 망하는 이유는 10장의 비대칭 때문이다. 50% 걸어 한 번 이기고 한 번 지면 1.5 × 0.5 = 0.75, 이기고 져도 25%가 사라진다. 많이 걸수록 흔들림이 수익을 갉아먹는 변동성 끌림이 커지고, 어느 선을 넘으면 기대값보다 끌림이 더 커진다.
계좌를 장기적으로 가장 빨리 불리는 비율, 곧 한 번당 로그 수익의 기대값을 가장 크게 만드는 비율이 켈리 기준(Kelly criterion)이다.
아래 곡선은 베팅 비율에 따른 한 번당 기대 로그 성장이다. 점을 좌우로 끌어 정점을 찾아보자. 승률과 배당을 바꾸면 정점이 움직인다.
켈리 곡선: 정점을 찾아 끌기
곡선에는 세 가지 성질이 있다. 정점의 왼쪽은 완만하고 오른쪽은 가파르다. 켈리의 절반(하프 켈리(Half Kelly))만 걸어도 성장의 약 75%를 얻는데 흔들림은 절반으로 준다. 반대로 켈리의 두 배를 걸면 성장이 0이 되고, 그 너머는 기대값이 양수인데도 계좌가 줄어드는 영역이다. 현실에서 승률과 배당은 추정값이라 틀리기 마련이다. 추정이 틀렸을 때 왼쪽으로 틀리면 조금 덜 벌지만, 오른쪽으로 틀리면 망한다. 그래서 실무에서는 켈리를 목표가 아니라 넘지 말아야 할 상한으로 쓰고, 그 절반 이하를 건다.
주식에 적용하면 어떨까. 지수의 기대수익 7%, 무위험 이자 3%, 변동성 16.5%를 넣으면 \(f^* = 0.04 / 0.165^2 \approx 147\%\)다. 빚을 내서 1.5배를 사라는 숫자다. 그러나 7%라는 기대수익 자체가 불확실하고, 실제 수익률은 정규분포보다 꼬리가 두껍다. 하프 켈리로 낮추면 약 73%로, 우연히도 MoneyBook에서 한결이 정한 주식 비중 70% 근처다. 켈리는 "얼마를 걸어야 하나"보다 "이 이상은 절대 걸지 마라"를 알려 주는 도구다.
과잉 베팅과 파산 확률
켈리 곡선은 중앙값의 이야기다. 계좌 주인에게는 가는 길도 중요하다. 같은 55% 동전을 200번 던지는 400명을 비율마다 시뮬레이션해서, 도중에 한 번이라도 계좌가 정해 둔 낙폭 아래로 떨어진 사람의 비율을 그렸다. 한결이 정한 감내선 −30%로 슬라이더를 옮겨 보자.
베팅 비율과 큰 낙폭의 확률
결과는 생각보다 가혹하다. 켈리 비율(10%)로 200번 걸면 중앙값은 약 2.7배로 불어나지만, 그 사이에 −50% 낙폭을 겪을 확률이 약 90%이고 −30% 낙폭은 400명 모두가 겪는다. 하프 켈리(5%)로 낮추면 −50%는 약 26%로 줄지만 −30%는 여전히 약 87%다. 켈리는 장기 성장을 최대로 만들 뿐 가는 길을 편하게 만들어 주지 않는다. 계좌 주인이 −30%에서 견디지 못하는 사람이라면, 그 사람에게 맞는 비율은 켈리보다 한참 아래다. 자금 관리는 결국 두 숫자를 맞추는 일이다. 수학이 허락하는 상한(켈리)과 내 마음이 허락하는 상한(감내 낙폭) 가운데 더 작은 쪽이 내 베팅 크기다.
리밸런싱 규칙: 언제 되돌리나
주식 70 / 채권 30으로 시작해도 시간이 지나면 비중이 흐트러진다. 주식이 오르면 80 / 20이 되고, 급락하면 60 / 40이 된다. 원래 비중으로 되돌리는 일이 14장에서 본 리밸런싱(Rebalancing)이다. 되돌리는 시점을 정하는 규칙은 크게 둘이다. 달력을 보고 정해진 날에 되돌리는 기간형, 비중이 정해 둔 폭을 벗어날 때만 되돌리는 밴드형이다.
아래에서 가상 시장의 SB 종합지수(주식)와 가상의 채권(연 3%, 변동성 5%)을 70 / 30으로 섞고, 규칙을 바꿔 가며 10년을 돌려 보자. 위쪽은 주식 비중, 아래쪽은 계좌 가치다.
기간형 vs 밴드형 리밸런싱
되돌리지 않으면 주식 비중이 상승장에서 커지고 급락에서 크게 줄어, 처음 정한 70 / 30이 아닌 다른 포트폴리오를 들고 있게 된다. 연 1회 리밸런싱(10번)은 이 이탈을 막으면서, 이 가상 경로에서는 오른 것을 팔고 내린 것을 사는 효과까지 얻어 1,000만원이 약 1,733만원이 되었다(안 함은 약 1,668만원). 분기로 하면 결과는 거의 같은데 회전율이 두 배 가까이 된다. 밴드 ±5%p는 연 1회와 같은 10번으로 약 1,773만원, ±10%p는 단 2번으로 약 1,752만원이었다. 너무 좁으면(±2%p, 28번) 매매만 늘고, ±15%p를 넘으면 한 번도 움직이지 않아 "안 함"과 같아진다.
어느 규칙이 가장 많이 벌었는지는 이 하나의 경로에 달린 우연이다. 리밸런싱의 목적은 수익이 아니라 처음 고른 위험 수준을 지키는 것이다. 그래서 개인에게는 기억하기 쉽고 매매가 적은 규칙, 예컨대 "1년에 한 번 정해진 달, 또는 비중이 5%p 넘게 벗어났을 때"가 대개 충분하다. 새로 들어오는 적립금을 모자란 쪽에 먼저 넣으면 팔지 않고도 비중을 맞출 수 있어 세금과 비용도 아낀다.
코어-위성: 개별 종목은 얼마나 작게
15장과 16장에서 계좌를 지수 ETF로 된 코어(Core)와, 개별 종목이나 팩터로 된 위성(Satellite)으로 나누는 구조를 보았다. 위성의 비중이 정하는 것은 내 계좌가 지수와 얼마나 다르게 움직이느냐, 곧 추적오차(Tracking error)다. 위성 종목이 지수보다 연 σ만큼 다르게 흔들린다면, 위성 비중 w의 계좌는 지수보다 대략 연 w × σ만큼 다르게 흔들린다.
아래는 위성이 평균적으로 지수와 같은 수익(초과수익 0)을 낸다고 가정하고, 10년 뒤 내 계좌가 지수만 산 계좌보다 얼마나 앞서거나 뒤질지를 2,000번 뽑은 분포다. 초과수익 슬라이더는 "내가 고른 종목이 지수보다 연 몇 %p 낫다고 믿는가"다.
위성 비중과 10년 뒤 지수와의 차이
초과수익이 0인데 위성을 키우면 분포는 넓어지기만 한다. 평균은 그대로인데 지수보다 크게 앞서거나 크게 뒤질 가능성만 커지고, 흔들림이 수익을 갉아먹어 뒤질 확률은 오히려 절반을 조금 넘는다(위성 20%에서 약 55%). 초과수익을 연 2%p로 후하게 믿어도 위성 20%에서 10년 뒤 지수에 뒤질 확률이 약 47%로 거의 줄지 않는다. 연 2%p의 실력이 위성 몫(20%)을 거치면 계좌 전체로는 연 0.4%p에 불과하고, 그 위에 연 7%의 흔들림이 얹히기 때문이다. 위성은 "더 벌기 위한 칸"이라기보다 배우고 싶은 것을 감당할 수 있는 크기로 해 보는 칸으로 보는 편이 정직하다. 특히 한 종목에 몰린 위성은 작아야 한다.
규칙을 종이에: 매매 일지와 한 장의 규칙 카드
규칙은 머릿속에 있으면 규칙이 아니다. 하락장 한가운데서 기억은 편한 쪽으로 고쳐 쓰인다. 그래서 두 가지를 적는다. 하나는 매매 일지(Trading journal)로, 매매할 때마다 날짜, 종목, 수량, 가격, 이유, 그리고 어느 규칙에 따른 매매인지를 적는다. 규칙 번호를 댈 수 없는 매매가 감정 매매다. 다른 하나는 이 장에서 정한 규칙을 한 장에 모은 카드다. 24장에서는 이 카드를 목표와 제약까지 담은 투자 정책서(Investment Policy Statement, IPS)로 넓힌다.
마지막 시뮬레이터는 이 장의 규칙을 모은 종합 실험이다. 첫 투자 방식, 위성 한 종목의 상한, 리밸런싱 규칙을 고르면 규칙 카드가 만들어지고, 그 카드대로 가상 시장 10년을 리허설한다. 비교 대상은 같은 돈을 위성 종목 하나에 모두 넣은 계좌다. 아래 그림의 빨간 선이 한결의 감내선 −30%다.
한결의 규칙 카드와 10년 리허설
카드를 바꿔 보면 결과의 차이가 대부분 위성의 크기에서 나온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위성 5%에서는 어떤 종목을 골라도 계좌가 지수와 비슷하게 움직이고, 최악의 평가손익도 감내선 위에 머문다. 같은 돈을 한 종목에 몰면 운 좋게 크게 벌 수도 있지만 평가손익이 감내선을 깊이 뚫는 구간이 생긴다. 그 구간에서 버티지 못하고 판다면, 마지막 숫자는 그 사람의 것이 아니다. 좋은 규칙 카드는 가장 많이 버는 카드가 아니라 가장 나쁜 날에도 지킬 수 있는 카드다.
규칙을 종이에 적다
한결은 1,000만원을 오늘 한꺼번에 넣을지 오래 고민했다. 모형에서 일시 투자가 이길 확률은 절반을 조금 넘는 약 56%였고, 평균으로 앞서는 돈은 1,000만원에 약 11만원이었다. 대신 운 나쁜 5%의 경우 1년 뒤 잔고가 일시 투자는 약 791만원, 6개월 분할은 약 831만원이었다. 한결이 정한 감내선은 −30%다. 첫 투자에서 그 선을 시험받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기대값을 조금 내주고 6개월 분할을 골랐다. 매달 166만 6,667원씩 여섯 번, 여기에 월 적립 70만원을 더해 첫 6개월은 매달 약 236만 7천원이 들어간다. 적립은 월급날 다음 날 자동 이체와 자동 매수로 걸어 두었다.
위성으로 관심 있던 한빛반도체는 계좌의 5% 이하로 묶었다. 지금 계좌라면 50만원, 72,000원짜리 6주(43만 2천원)다. 이 크기면 −20%에 손절해도 손실은 10만원, 계좌의 1%다. 동료가 권한 별빛바이오를 켈리로 따져 보기도 했다. 기대수익을 연 10%로 후하게 믿고 변동성 65%, 무위험 3%를 넣으면 켈리 비중은 약 16.6%, 하프 켈리는 약 8.3%다. 그런데 기대수익이 3%로 틀리면 켈리는 0이다. 추정이 이렇게 흔들리는 종목에 계좌의 몇십 %를 거는 것은 켈리의 두 배를 넘는 과잉 베팅일 수 있다는 것을 숫자로 확인했다. 마지막으로 리밸런싱은 1년에 한 번, 매년 10월 첫 거래일에 하기로 하고, 그 사이에 들어오는 적립금은 모자란 쪽에 먼저 넣기로 했다.
핵심 정리
- 감정 매매는 적혀 있지 않고 매번 바뀌는 규칙이다. 같은 감정 규칙도 종목과 기간에 따라 결과가 정반대로 나온다. 규칙의 가치는 수익이 아니라 적고, 시험하고, 고칠 수 있다는 데 있다.
- 적립식은 같은 금액으로 사서 싼 때 더 많이 산다. 평균 매입 단가는 가격의 조화평균이라 단순 평균보다 낮거나 같다. 다만 무엇을 사느냐가 결과의 대부분을 정한다.
- 기대수익이 현금보다 높으면 일시 투자가 평균적으로 유리하지만 그 차이는 작다(모형에서 승률 약 56%). 분할 매수는 기대값을 조금 내주고 나쁜 경우의 잔고를 지키는 보험이다.
- 수익은 소수의 날에 몰리고, 그 날들은 급락·약세장 한가운데 있다. 가상 지수에서 최고의 10일만 놓쳐도 10년 수익 +78.6%가 +13.5%로 줄었다.
- 손절·익절 폭은 승률과 손익비를 바꿀 뿐 기대값을 만들지 않는다. 기대값 0선은 \(p^* = 1/(1+R)\)이다. 손절의 진짜 역할은 한 번의 손실에 뚜껑을 씌우는 것이다.
- 연패는 생각보다 길다. 승률 55%로 100번이면 5연패 이상이 약 65%다. 그래서 한 번의 허용 위험은 계좌의 1~2%로, 주식 수 = 허용 손실 ÷ 1주당 위험으로 정하고 변동성이 큰 종목은 ATR로 작게 산다.
- 켈리 기준 \(f^* = p - (1-p)/b\)는 장기 성장을 최대로 하는 비율이다. 하프 켈리는 성장의 약 75%를 흔들림 절반으로 얻고, 켈리의 두 배를 넘으면 기대값이 양수여도 계좌가 줄어든다. 켈리는 목표가 아니라 상한이다.
- 리밸런싱의 목적은 처음 고른 위험 수준을 지키는 것이다. 연 1회 또는 5%p 안팎의 밴드면 대개 충분하다. 위성의 크기가 지수와의 차이(추적오차)를 정하니 한 종목 위성은 작게 둔다. 규칙은 카드와 일지로 적는다.
확인 퀴즈
1. 매달 같은 금액으로 1만원, 5천원에 한 번씩 샀다. 평균 매입 단가는?
2. 손익비가 3(이길 때 평균 이익이 질 때 평균 손실의 3배)인 규칙이 본전이 되는 승률은? (비용 무시)
3. 계좌 2,000만원, 허용 위험 1%, 매수가 38,000원, 손절가 34,200원이다. 살 수 있는 주식 수는? (비용 무시)
4. 승률 60%, 이기면 건 돈만큼 벌고 지면 건 돈을 잃는 베팅이다. 다음 중 옳은 것은?
5. 리밸런싱 규칙에 대한 설명으로 가장 알맞은 것은?